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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미래로 가는 양안관계, 과거가 된 남북관계 / 황재옥

등록 2015-11-16 18:33

지난 7일 싱가포르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과 대만 마잉주 총통이 정상회담을 했다. 공식회담 후 만찬 내내 두 정상 간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는 후문은 15년 전 우리의 남북정상회담을 연상시켰다.

1949년 분단 이후 양안 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 66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중국은 1979년 대만에 통우(通郵)·통항(通航)·통상(通商)의 이른바 3통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대만은 ‘중국과는 접촉도 담판도 타협도 안 한다’는 3불(不)로 맞섰다. 1992년 “중국은 하나, 그러나 대표권은 각자 행사”라는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양안관계가 다소 부드러워지기는 했지만 2007년까지 특기할 만한 발전은 없었다.

2008년 취임한 마잉주 총통은 이전과는 달리 실용주의적 접근을 했다. “대만은 중국과 통일(統)하지 않고, 독립(獨)하지도 않을 것이니, 서로 무력(武)도 쓰지 말자”는 신3불을 추진했다. 이후 양안관계는 급진전했다. 2014년 말, 양안 간 항공기 운항 횟수는 주당 840회, 왕래 인원은 한해 900만명에 달한다. 8만개의 대만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하고 있으며 대만 대외무역의 40%를 중국이 차지한다. 90년대 이래 결혼한 중·대 부부도 37만쌍이나 된다. 한때 포탄이 날아다니던 샤먼과 진먼섬(금문도) 사이에는 30분 간격으로 여객선이 오간다. 지난 4월 필자가 대만 총통부를 예방했을 때 마 총통은 자신의 대륙정책은 한국의 햇볕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직접 언급했다.

남북 사이에도 오늘날 양안관계와 비슷한 좋은 시절이 있었다. 1998년 민간인의 방북 승인조건을 대폭 완화한 이후 2007년 남북 왕래 인원이 17만명(금강산·개성공단 제외)에 육박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는 감소해서 지난해 말 순수한 남북왕래 인원은 2천명 수준이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전인 2007년 관광객 수는 34만5천명이었다. 2004년 가동되기 시작한 개성공단 진출 기업은 2007년의 123개에서 늘지 않고 있다. 남북 간 결혼 사례는 없다. 현재 대북투자는 이명박 정부 때 실시된 5·24 조치로 정지된 상태다. 2007년 이전 양안관계와 남북관계는 땅과 하늘 차이였는데, 2008년 이후 역전되어 하늘과 땅 차이가 되었다.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 경직성 탓이 크다.

‘8·25 남북합의’가 합의대로 실행된 건 이산가족 상봉 행사뿐이다. 합의 1항의 남북당국회담은 9월21일 이후 우리가 세 차례나 제안했지만 북한이 거절했다. 북한은 전단 살포, 북한인권법 제정, 중대 도발설 유포 등의 이유를 들었다. 북한의 거절 사유에 대한 진전된 입장 없이 되풀이된 10월30일 우리 쪽 전통문은 북한에서 접수조차 거부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11월5일 통일준비위원회에서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북한에 제안했다. 지난해 3월 드레스덴 선언의 재탕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평화통일 3대 제안’을 제시하면서 그 이행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제안했다. 당시 북한은 드레스덴 선언이 흡수통일 논리라며 반발했다.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
지금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이미 거부한 제안을 재탕 삼탕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북한을 ‘을’로 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내가 옳은 일을 하는데 왜 거부하는가? 받을 수밖에 없을 때까지 난 계속 촉구할 것이다.’ 만약 이런 자세라면 현 정부하에서 남북관계 개선·발전은 백년하청이다. 자기만의 ‘원칙’과 ‘진정성’을 기준으로 삼아 상대의 순응을 강요하지 말고, 실용주의 입장에서 남북관계를 설계하고 추진했으면 한다. 남북관계는 국내정치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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