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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경제 파고 넘으려면 / 홍대선

등록 2015-11-22 18:47


중견 건설기업 쌍용건설은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두바이투자청을 대주주로 맞았다. 7전8기 끝에 찾은 새 주인이다. 한때 재계 5위까지 올랐던 쌍용그룹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해체된 뒤 쌍용건설은 오랫동안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아래 놓였다. 여러 차례 매각이 무산되고 구조조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많은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쌍용건설은 얼마 전 또 한명의 동료를 떠나보냈다. 해외 건설 현장소장 출신인 김동진(63) 부사장. 그는 췌장암으로 이달 중순 타계했다. 고인은 30년간 국내외 공사 현장을 누빈 대표적인 ‘건설맨’이었다.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서 지하철과 도심 고속화도로 공사를 하던 중 최종 진단이 내려졌다.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았음에도 5개월 뒤 그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투병 중에, 그것도 현업 복귀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놀라는 이들이 많았다. 빈소를 찾은 김석준 회장은 “회사를 떠나면 어디서야 만날 수 있지만 이렇게 동료를 잃는 건 너무 가슴 아프다”며 슬픔을 달랬다.

군인은 명예와 사기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치열한 비즈니스 경쟁을 벌여야 하는 기업 구성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 어려운 게 이 회사뿐이랴. 재기에 몸부림쳐온 쌍용건설은 올해 3년 만에 신입사원들을 채용했다. 내년에는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직원들의 자긍심이 밑거름이 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재계에서 조직문화 얘기가 나올 때 곧잘 회자되는 곳이 ‘유통 왕국’ 롯데다. 거미줄식 순환출자 고리로 엮인 롯데 계열사는 80개, 직원 수는 10만명에 이른다. 아직 관료적인 풍토가 남아 있고 승진과 보수가 다른 재벌 기업에 비해 더디거나 짜다는 평이 많다. 그런 롯데가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과 아들 형제의 경영권 분쟁으로 뒤죽박죽이 됐다.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은 “가신들이 예상은 했지만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허탈해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형제간 다툼에 전문경영인들도 속수무책이었다는 얘기다.

한국 경제는 지금 전례 없는 시련에 직면해 있다. 조선 3사는 올해 10조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 철강은 물론이고 전자, 자동차, 정보기술(IT) 산업도 흔들리고 있다. 모두 고용 효과와 경제 파급력이 큰 주력 산업들이다.

내년 경제 전망은 더 어둡다. 올해 성장은 2.6% 수준이고 내년에도 2%대 성장이 굳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금리인상 예고, 중국 경제의 둔화에 더해 신흥국발 위기설도 번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를 둘러싸고 시시각각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왕조 시대에나 있음직한 희한한 일들을 끝도 없이 보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 없는 노릇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세계 1위라던 조선산업은 더 충격이다. 1조원의 분식회계 의혹을 사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예상 손실액은 무려 4조원이다. 수조원의 적자가 쌓여가는 이 부실 기업에서 군과 국가정보원 출신까지 고문, 자문, 상담역이란 이름으로 억대 연봉을 집어삼켰다. 공개된 낙하산 인사만 60명에 달한다. 묵묵히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땀 흘려온 현장 노동자들의 허탈함도 그렇지만 국가기간산업이라고 자랑스레 여기던 시민들의 자괴감은 어찌할 것인가.

홍대선 경제데스크 겸 산업1팀장
홍대선 경제데스크 겸 산업1팀장
한국 경제에 불안한 그림자가 어슬렁거린다. 하지만 단기간에 제거할 묘수는 없다. 복잡하고 앞이 잘 안 보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실 진단을 정확히 하고 제대로 된 처방을 내려야 한다. 느린 것 같지만 묵직한 감동이 있어야 파고를 함께 헤쳐갈 수 있다.

홍대선 경제데스크 겸 산업1팀장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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