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다. 그러나 낯설다.’
인터넷 사이트 플리커(www.flickr.com)에서 북한 방문 여행객들이 찍어놓은 사진들을 보노라면 이런 상반된 감정들이 일어난다.
미국 검색업체 야후가 운영하는 플리커는 인스타그램 등과 함께 대표적인 사진 공유 사이트로 꼽히는 곳이다. 플리커에 올라오는 사진들은 여행 사진이 주종을 이룬다. 그런데 최근 북한 곳곳을 찍은 사진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 25일 플리커 검색창에 ‘North Korea’라고 입력하니 모두 14만5813장의 사진이 있다는 메시지가 뜬다.
플리커에서의 북한 사진 증가는 김정은 정권이 등장한 2012년 이후 더욱 두드러진다. 김정은 제1비서가 여행산업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여행객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사진 촬영에 대해서도 좀더 관대한 기준이 세워진 모양이다. 2000년대 초반 필자가 10여차례 방북했던 때에는 엄격하게 촬영이 금지됐던 농촌 지역 사진도 이제 어렵지 않게 플리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 예로 지난 10월5~15일 북한을 여행한 독일인 여행자 우베 브로드레히트는 강원도 안변군 천삼리 등지의 농촌을 방문했을 때, 농가 내부에까지 직접 들어가 사진을 찍은 뒤 플리커에 올렸다.
이렇게 플리커 등에서 빠르게 늘고 있는 북한 여행 사진들은 앞으로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필자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런 사진들이 경직된 북한 이미지를 좀더 ‘현실적으로’ 바꾸는 매개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북의 언론들은 주로 휴전선 등 남북 사이의 경계를 중심으로 상대방의 이미지를 전달해왔다. 중무장을 한 채 휴전선을 지키는 ‘우리 병사’들은 상대방이 매우 호전적이라는 이미지를 남북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기제이기도 하다. 꼭 휴전선이 아니더라도, 남북의 언론은 사열하는 군대의 모습 등 상대방의 폭력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사진들을 주로 선택해 보도해왔다.
남북 주민은 지금까지 그렇게 ‘선택된 이미지’만을 통해 상대방을 보아왔다. 그러기에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을 실제 이상으로 과격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상대방에 대한 이미지가 극단화될수록 남북간의 평화는 멀어진다. 이럴 경우 한쪽에서 설사 평화를 위한 행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한쪽에서는 그것을 ‘자신의 폭력성을 감추기 위한 거짓 행동’으로 여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플리커에 올라온 북한 사진들은 스테레오타입화한 북한 이미지와는 다른 것들이다. 평양의 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 학생들, 대동강변에서 정담을 나누는 연인들, 평양역 앞 대형 전광판에 눈길을 주고 서 있는 행인들, 하이힐에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멋쟁이 아가씨, 헬로키티 비옷을 차려입은 꼬마숙녀까지 ‘생활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 모습은, 비록 경제수준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생활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그 ‘생생한 모습’이 때로는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진 속의 공간이 마치 우리가 아는 북한이 아닌 다른 곳인 것만 같다. 아마도 북한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이 아직도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플리커에 올라온 북한 사진을 보면서 ‘낯섦’을 점차 지우고 ‘생생함’을 키워갈 때, 남북의 화해 가능성도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플리커에 어떤 새롭고도 생생한 북한 사진이 올라올 것인지 기다려진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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