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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시각] 독일 국민이 부러운 이유 / 이상호

등록 2015-12-13 18:56

지난 12월9일 미국 <타임>은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메르켈 총리의 얼굴을 전면에 내건 표지의 제목은 ‘자유세계의 총리’였다. 타임 편집장 낸시 깁스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시리아 난민의 유입, 파리의 테러사태 등과 같이 중차대한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 시점에 지도자로서 용기있는 태도를 보여주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히고 있다.

실제로 그녀는 유로존의 붕괴를 막기 위해 그리스의 재정개혁을 끈기있게 설득했을 뿐 아니라, 이슬람국가(IS)의 희생자인 시리아 난민이 유럽 사회에 정착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그녀가 속한 독일 기민당이 보수우파 정당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정치적 행위가 선뜻 납득되지 않을 수 있다. 정치적 반대파는 물론, 자국민들로부터도 쉽게 비난받을 수 있는 이러한 조처들은 인본주의, 관용과 인내를 기본원칙으로 하는 메르켈 총리의 정치철학이 배경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독일 언론들은 메르켈 총리의 이러한 ‘따뜻한’ 정치를 ‘엄마(Mutti) 리더십’이라고 개념화하고 있다. 옛 동독 출신의 가난한 목사의 딸로 태어나 이혼 경력까지 있는 그녀가 2005년 이후 10년째 독일을 이끌 만큼 독일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은 과연 무엇인가? 2013년 9월 연방의회 선거에서 기민당이 승리하고 메르켈 총리가 3선 연임에 성공하자 독일 주간 <차이트>는 “메르켈의 정치적 강점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티내지 않고 슈바벤 지역의 주부와 같이 국민들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도록 만드는 힘에 있다”고 평가하였다. 한마디로 독일 국민들은 메르켈 총리의 엄마 리더십에서 안락감을 느끼기 때문에 정치적 급변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독일의 이런 따뜻한 정치가 부러운 이유는 무얼까? 우리는 메르켈 총리와 달라도 정말 너무 다른 대통령을 모시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정치적 경쟁자이기도 했던 슈뢰더 전 총리의 출판기념회에 참여하여 기꺼이 축사를 한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 원내대표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배반의 정치’ 운운하면서 그를 단호하게 내쳤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9월20일 독일노총 소속 통합서비스노조 총회에 참석하여 좋은 일자리가 행복한 삶의 기반이 된다고 조합원들을 격려한 것과 달리, 박근혜 대통령은 고용유연화의 최대 장애물로 민주노총을 지목하고 그 수장을 체포하기 위해 수천명의 경찰을 조계사에 투입하기까지 하였다. 메르켈 총리는 시리아 난민에 대한 포용정책에 있어 독일이 모범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올해만 벌써 네 차례나 직접 국민과의 대화에 나섰다. 반면에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쟁점 법안들을 밀어붙이면서 국민과의 대화는커녕 번번한 기자회견조차 한번 하지 않았다.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그래서 두 나라의 국민들은 자신의 정부 수반에 대해 전혀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국민들은 메르켈 총리가 따뜻한 엄마 같다고 애정어린 표현을 하지만, 한국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독재자의 딸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냉혹함을 절감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매서운 추위에 몸이 시린 연말이 다가올수록 엄마 리더십을 가진 메르켈 총리의 따뜻한 정치를 누리고 있는 독일 국민들이 더욱더 부럽기만 하다.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lshberlin06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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