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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먹던 우물에 침 뱉기 / 여현호

등록 2015-12-16 20:27수정 2015-12-16 20:43

예로부터 우물은 마을의 중심이었다. 중국 후한 때 반고 등이 편찬한 <백호통의>(白虎通義)는 “우물(井)에 따라 시(市)가 이루어지는 데에서 시정(市井)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밝혔다. ‘우물 정(井)’ 자는 가운데를 제외한 주위 여덟 구역에서 여덟 집이 각기 농사를 짓되 우물이 있는 중앙은 공동 경작해 세금으로 내는 옛 농업경영 형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농경사회에서 우물은 특히 중요하다. 세시풍습에선 칠석(음력 7월7일)이나 백중(음력 7월15일) 때 마을마다 우물 청소를 하고 샘제(우물고사)를 지냈다. 칠석 무렵은 모내기와 논매기 등 여름농사를 끝내 추수 때까지 한숨을 돌리는 때고, 백중 무렵은 밭곡식이 여물고 과일·채소가 풍성한 때다. 이 짧은 망중한 동안, 마을 사람들은 장마에 흙탕이 된 우물물을 고르박(커다란 네모진 물통)으로 퍼낸 뒤, 우물 바닥에 들어가 대빗자루로 이끼를 긁어내고 잡물을 건져냈다. 청소 뒤에는 금줄을 치고 옻나무 가지를 걸어 부정을 막고, 깨끗한 물이 다시 차오르기를 기다려 제사를 지냈다. 지역에 따라선 새해 정월의 용날을 택해 샘제를 지내기도 한다. 새로운 시작과 풍요를 기원하면서, 주변을 깨끗하고 새롭게 하는 의례다.

정당을 떠나거나 비판한 사람들이 ‘먹던 우물에 침 뱉는 격’이라는 비난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손학규 전 의원, 가깝게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그런 말을 들었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자마자 “평생 야당만 하기로 작정한 정당” “(끓는) 냄비 속 개구리”라고 떠나온 당을 비판했다. 정당도 사람이 모이는 중심이란 점에선 우물과 닮았고, 청소하듯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도 비슷해 보인다. 정당에 대한 비판은 필요하고 그 때문에 ‘제 우물에 침 뱉기’란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치진 말아야 할 것 같다. ‘침 뱉은 우물 다시 먹는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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