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3차 민중총궐기 문화제’가 평화적으로 열렸음에도 경찰이 처벌에 나섰다. 이유인즉 ‘문화제’가 아니라 ‘집회’였다는 것이다. 우선 짚고 넘어갈 점은 문화제도 집회의 일종이라는 사실이다. 집시법은 어떤 목적이든 사람들이 모이는 건 모두 집회라고 부르고, 이 가운데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등에 관한 집회’(제15조)를 별도로 취급해 사전신고 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다. 문화제는 그런 집회의 한 종류다.
집시법은 크게 ‘제15조에 규정된 집회’와 나머지 집회를 구분하는 셈인데, 그 기준은 정치적 발언·구호·펼침막 등이다. 대법원은 “정치·사회적 주장을 널리 알리려는 의도하에 개최된” 집회는 ‘제15조에 규정된 집회’가 아니라고 본다. 달리 말하면, 정치적 집회는 사전신고를 통해 규제를 받아야 하고, 그 밖의 집회는 자유롭게 열어도 된다는 뜻이다.
이는 집회의 본질과 충돌하는 이상한 법체계다.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우선적인 목적이 친목·오락·체육 모임 등의 활성화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일차적인 보호 대상은 정치·사회적인 내용의 집회여야 한다. 미국에서는 정치·사회적 쟁점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결집하기 위한 표현행위를 ‘핵심적인 정치적 표현’(core political speech)이라고 해서 다른 어떤 유형의 표현행위보다 우선적으로 보호한다. 특히 길거리나 공원 등 전통적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이뤄지는 정치적 표현은 정부가 함부로 규제하지 못한다. 이처럼 정치적 표현을 중시하는 이유는 “국민의 뜻을 따르는 민주적인 정부를 유지할 유일한 길은 의사 표현의 보장에 있고, 이는 우리가 전체주의와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미 연방대법원)이기 때문이다.
현행 집시법은 정치적 집회를 더욱 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그것만 콕 집어 억누르고 있으니 본말전도다. 집회냐 문화제냐 따지는 한심한 논란이 그 결과다.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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