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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박근혜 노동법’ 누가 원하나 / 권영국

등록 2015-12-28 18:54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국민이 원한다는 이유로 연내 처리를 압박하고 있는 ‘노동5법 개정’과 관련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8일 언론에 기고를 했다. 그는 결론에서 “노동경제학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 가운데 71.7%는 최대 2년까지 더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사용기간 연장에 찬성하고 있다. 기간 연장에 찬성하지 않은 나머지 근로자 중 49.7%는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을 때 일정 수당을 주는 방안이 추가된다면 기간 연장에 찬성하겠다고 응답했다. 이것이 바로 ‘민의’임을 국회가 받아들이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썼다. 즉, 기간제 근로자의 71.7%가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에 찬성하고 있고, 그것이 국민의 뜻이므로 국회는 하루빨리 노동5법을 처리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장관이 인용한 설문조사는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공익위원인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가 한국리서치를 통해 진행했다는 ‘기간제 근로에 대한 인식조사’에 근거하고 있다. 금 교수가 진행했다는 인식조사는 한국노동경제학회와 한국기술교육대가 공동으로 진행한 것처럼 명의를 참칭하고, 설문 문항도 현행 ‘2년 근무 후 정규직 전환 여부’에 대한 질문은 뺀 채 사용기간의 연장에 대한 찬반 문항만을 두어 사실상 기간제 2년 연장으로 답변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표본 수 612명도 객관성을 담보하기엔 너무 적다. 공익위원이라는 자가 설문이라는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은 조작된 여론을 근거로 국민이 원하므로 박근혜 노동법을 통과시키라며 잡도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에서는 국민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12월14일부터 18일까지 5일 동안 집권 여당이 대통령의 주문을 받아 당론으로 발의한 기간제법안과 파견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5일 만에 전국의 직장인 9287명이 설문에 응답했는데, 당사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는 금 교수의 인식조사와는 완전히 정반대였다. 정부·여당의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개정안에 97%가 반대하고, 3%만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조합원 또한 96.3%가 반대해 별반 차이가 없었다.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에 반대하는 경우, 기간제법의 개정 방향에 대해 76%가 현재의 기간제한 방식을 폐지하고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재의 2년 기간제한 방식으로는 기간제 남용을 방지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임을 알 수 있다.

정부·여당의 파견 대상 확대 개정안에 대해서는 92.9%가 파견 대상을 더 엄격하게 규제하거나 파견을 금지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3.2%만 정부의 파견 확대 추진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나아가 파견 허용업종을 확대하려는 정부 정책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96.9%가 “기존 정규직 일자리마저 점차 파견직으로 대체되어 고용불안이 심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파견 확대가 노동시장에서 중장년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일자리를 파견노동으로 대체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권영국 변호사·장그래살리기 운동본부 본부장
권영국 변호사·장그래살리기 운동본부 본부장
대통령과 정부는 조작된 여론조사를 가지고 더 이상 국민을 속이지 말라. 전국의 직장인 9287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97%가 기간제 연장에 반대하고, 92.9%가 파견 확대에 반대하고 있지 않은가. 국민이 원하는 것은 노동5법 개정을 철회하는 것이다.

권영국 변호사·장그래살리기 운동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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