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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새로운 사회를 상상한다 / 강정수

등록 2015-12-30 18:46

성남 정자역과 서울 강남역을 오가는 신분당선은 무인운전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초기 투자 비용이 높아 인건비 절감 효과는 당장 없겠지만, 노사협상과 파업 등 마찰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무인운전 시스템을 부산, 대전, 대구, 서울 등 전체 지하철 및 전철로 확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베엠베(BMW) 라이프치히 공장 등은 무인공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뿐 아니라 인공지능의 빠른 진화는 공장에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고 앞으로 생산 무인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얼음가게가 사라졌어도 냉장고를 판매하는 일자리가 생겨났던 것처럼 새로운 일자리는 늘 생기기 마련이다. 한국의 70년대, 80년대 산업화 시대를 예로 들며 공장 자동화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역사의 반복을 무리하게 적용해선 안 된다. 조건이 크게 다르면 결과가 바뀐다. 당시 공장에서 요구되었던 노동력 수준 중 대부분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지 않았다. 교육을 통해 인간의 능력 또한 계속 진화했던 시기다. 한편 자동화의 속도는 매우 느렸다. 평생직장을 이야기할 정도로 개별 직종의 수명은 한 세대 동안 지속되었다. 이 두 가지 조건 모두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간의 육체 및 정신 노동력을 뛰어넘는 기술의 진화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디지털화는 직종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 인간 노동은 혁명적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이 때문에 그 해결책 또한 급진적으로 찾아야 한다.

인간 노동은 세금의 원천이며 소비의 출발점이다. 노동에 세금을 부과할 수 없고, 완전고용이 불가능한 목표라면 사회 모델 전체가 무너진다. 그렇다면 비인간 노동, 다시 말해 기계 노동과 인공지능 노동에 어떻게 세금을 부과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상상해 보자. 자동화가 곳곳에서 진행되어도 기업은 계속해서 돈을 번다. 물론 기업은 인간 노동비용을 절약했지만 자동화의 진화를 위해 계속해서 기술투자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윤은 발생할 것이다. 그 이윤 중 일부가 사회 공동체로 흘러야 한다. 이를 ‘비인간 노동에 대한 간접세’라 부르자. 이는 마치 로봇이 또는 인공지능이 세금을 내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로봇 세금을 어디에 써야 할까. 세 가지를 상상할 수 있다. 첫번째는,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교육이다. 컴퓨터 과학뿐 아니라 노동의 영역을 벗어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특히 가난한 사람에게 제공해야 한다. 두번째는, 사회를 지탱하는 데 꼭 필요한 인간 노동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간병, 치료, 교육 등이 여기에 속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은 근본적이고 보다 명쾌한 사회 혁명의 출발점이다. 혁명의 끝에 탄생하는 사회 모델에는 일자리와 직업이 더 이상 인간 삶의 목표가 아닐 수 있다.

강정수 사단법인 오픈넷 이사
강정수 사단법인 오픈넷 이사
로봇 세금과 그 사용처에 대한 상상을 통해 두 가지 인식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일자리를 가진 사람이 행복하다는 생각에서 빨리 작별해야 한다. 인간은 관심이 있는 또는 도전의식을 주는 행위를 필요로 하고, 그렇지 못할 때 불만·우울과 만난다. 하지만 이 행위가 반드시 전통적인 일자리일 필요는 없다. 둘째,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혁명이 가져올 사회 변화에 대한 토론을 미래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뒤집어 보는 질문과 토론이 새로운 사고방식과 철학을 탄생시킬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사회 모델과 사회 협약을 상상할 때다.

강정수 사단법인 오픈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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