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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난징에서 ‘위안부’ 문제를 생각한다 / 김보근

등록 2016-01-10 19:02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일 간에 합의가 이뤄진 지난 12월28일 필자는 중국에 있었다. 난징대학살박물관 및 학살현장 등을 돌아본 뒤, 난징시 중심부 리지샹(이제항) 거리에 위치한 ‘위안부박물관’을 방문한 날이 공교롭게도 12·28 합의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래서인지 박물관에서 ‘한·중 정부의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다르다’는 점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은 난징 시정부가 만들어 지난해 12월1일 문을 열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박물관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중국 정부가 앞장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억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2012년에 문을 연 서울 성산동의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민간모금으로 세워졌다. 박물관을 건립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여러 차례 국가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또 2014년에는 위안부 문제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난징대학살 기록과 함께 위안부 자료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일본과의 ‘역사기억투쟁’에 적극 나선 것이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립서비스’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 놓고는 덜컥 피해자 할머니들이 수용할 수 없는 굴욕적인 안에 합의를 하고 만 것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보다도 중국과 한국의 양심세력이 더욱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느꼈다. 이런 협력의 필요성은 난징 위안부박물관 조성에서 북한 피해자 할머니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난징 위안부박물관은 실제로 옛날 위안소로 쓰였던 장소를 그대로 박물관으로 만든 곳이다. 일본은 1937년 12월 난징 점령 이후 옛 국민당 장군이 주택으로 사용하던 이곳을 압류해 위안소로 만들었다. 이곳의 위안부들은 대부분 조선 처녀였다고 한다. 전쟁 뒤 이곳은 그런 아픈 역사가 잊힌 채 아파트로 쓰이다 낡아 철거될 처지에 놓였다. 그러던 중 2003년 11월 ‘임신한 위안부’ 사진의 당사자인 북한의 박영심 할머니가 이곳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곳이 바로 자신이 ‘2층 19호실’에서 성노예 생활을 했던 곳이라고 확인했다. 중국 내에서 건물 보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마침내 난징시는 2014년 6월7일 이곳을 문화재로 지정한 뒤, 2015년에 리모델링 공사를 해 박물관으로 대중에게 공개했다.

또 전시물 중 1991년 위안부 문제를 처음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를 비롯해, 지금은 세상을 뜬 피해자 할머니들의 사진과 증언이 많이 눈에 띄는 점에서도 강한 한·중 연대감이 느껴진다.

문득 12·28 합의로 아베 총리가 기대하는 가장 큰 노림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중 간 ‘미래의 공조’를 파괴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예로 지난해 10월10일 유네스코는 중국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록유산 등재를 보류하면서 “관련 국가들의 공동신청을 장려한다”고 밝혔다. 한국 등 관련국과 함께 문서들을 제출하면 2017년 심사를 다시 할 것이라는 얘기다. 아베 총리는 12·28 합의로 한국의 입을 막음으로써 이런 재심사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그 생각이 잘못됐음을 증명해줄 필요가 있다. 그를 위해 필요한 것이 오히려 한·중 연대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난징 위안부박물관에 있는 중국 위안부 피해자의 참혹한 증언들을 우리 사회에 자세히 소개하는 것도 하나의 출발점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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