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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뱀의 입’ 속으로 / 박순빈

등록 2016-01-19 18:44

금융위원회가 18일 정부합동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온라인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 도입 방침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일환이란다. 누구를 위한 창조경제이며, 누가 누릴 문화융성일까?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자문’(Advisor)의 합성어이다. 정교한 알고리듬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내장한 로봇이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온라인을 통해 투자 또는 자산관리 관련 자문을 해주는 게 로보어드바이저이다. 쉽게 말하면 사람의 돈 욕심을 인지해 반응하는 인공지능 로봇이다. 이게 등장하면 금융회사에는 비용 절감, 고객에게는 수수료의 인하와 편의성을 높여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금융위는 본다. 대신 해당 업무에 일해온 사람들의 일자리 소멸은 불가피하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그러나 무리한 융합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일자리 감소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산업별 고용조사 자료를 보면, 금융·보험업의 경우 2014년 4월 85만3천명에 이르던 전체 종사자 수가 2015년 4월에는 78만4천명으로 1년 만에 6만9천명(8,1%)이나 줄었다. 이쯤 되면 고용 절벽에 맞닥뜨린 정도가 아니라 이미 고용 추락이라 해야 할 듯싶다. 기술 발달을 활용해 금융업이 살찌고 소비자의 편의성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금융업의 고용 기여도는 뚝 떨어졌다.

경제에서 노동생산성과 고용의 추이는 마치 한몸인 듯 동행하면서 완만하게 상승하는 곡선을 그리는 게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런데 어느 지점부터 두 곡선이 떡 벌어지며 ‘뱀의 입’ 모양을 하고 있으면 재앙의 신호다. 생산성은 가파르게 증가하는데 고용은 거꾸로 줄어든 결과가 뱀의 입 모양이다. 지금 대한민국 금융업 종사자들은 뱀의 입속으로 들어섰다. 금융업만 그럴까?

박순빈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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