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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낡고 썩어 늙은 나라에서 / 김우재

등록 2016-01-25 18:54

생물학이 멋대로 인간 사회에 적용될 때 비극이 시작된다. 잔인했던 노예제도, 유대인 탄압의 근거가 된 우생학, 여전히 진행 중인 여성차별, 기독교의 동성애 탄압, 심지어 혈액형별 성격까지. 생물학이 숙고 없이 인류에 적용될 때 대부분 불행했다. 하지만 생물학적 진실이 사회에 주는 경고도 있다. 예를 들면 생물학적 나이가 그렇다.

대한민국 국무위원 중 40대는 단 한 명도 없다. 당연히 30대가 있을 리 없다. 19대 국회의원 중 30~40대는 42명뿐이다. 당연히 나머지는 50대 이상이다. 하지만 인구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대와 40대를 합친 것보다도 적다. 연륜이 있어야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18대 국회에 비해 더 늙은 국회가 된 것은 설명할 방도가 없다. 19대 국회의원 나이의 중간값은 58살, 법정 정년퇴직까지 2년 남은 이들이 나라를 경영하고 있다. 한국은 바야흐로 세계에서 가장 늙은 정부와 국회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을 위한 정책이 등장할 리 없다. 노인정이 되어버린 정부와 국회에서 노인들을 위한 나라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믿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 말이 잔인하게 들린다면 사실을 확인해보자. 정부는 그나마 청년정책을 내놓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공격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19대 국회에서 65살 이상 노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법안은 청년 혜택 법안보다 4배나 많이 입법되었다. 게다가 노인 혜택 법안 300여개를 발의한 이들 대부분이 60대 이상이었다. 반면 청년 혜택 법안을 가장 많이 발의한 의원은 34살 최연소 국회의원인 김광진이다.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평균 58살의 국회의원을 지닌 나라가 건강한 것인지 먼저 묻는 게 옳다. 투표율이 높은 노령층의 표가 탐난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맞다.

치열하게 한 세대를 살아온 어른들을 생물학적 나이로 폄하할 수 없다. 하지만 생물통계학이 말해주는 진실은 그들도 들을 필요가 있다. 한국의 생산가능 인구는 2012년 73%로 정점을 찍은 후 가파르게 하강해 2030년엔 63%, 2060년엔 5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전세계 선진국이 고령화 추세로 접어들고 있지만 한국은 가진 것에 비해 고령화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세계 평균 중위연령은 29.6살, 아시아 평균은 30.3살인 데 반해 한국은 40.6살로 유럽을 제외하고 가장 늙은 나라가 되었다. 불과 20년 전, 한국은 중위연령 20대의 젊은 국가였다. 한국의 중위연령 증가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인구절벽이 온다. 인구절벽이란 소비·노동·투자하는 사람들이 사라진 세상이다. 정치적으론 제론토크라시, 즉 노인지배사회가 될 것이다. 그곳에선 고령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지배체제가 확립된다. 현대사회에선 일본이 가장 대표적인 국가다. 이런 시절에 야당은 김종인, 윤여준 등을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무슨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 대선은 지역균열과 세대균열이 두 핵심축을 구성한 이중균열구조를 보여주었다. 20대 총선은 이런 상황에서 치러진다. 그 화두가 무엇이어야 할지는 자명하다. 청년이다. ‘헬조선’과 ‘유슬람’을 탈출하려는 비정규직들이다. 그리고 20년 후 이 나라의 희망이다. 그들이 노인들을 먹여 살릴 것이다.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캐나다에 살고 있다. 캐나다 총리는 44살이다. 젊은 총리가 일으키는 바람이 나라 전체에 느껴진다. 아내는 실리콘밸리에 산다. 실리콘밸리의 젊은 창업가들은 모두 30~40대다. 가끔은 생물학이 모든 것이다.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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