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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넷플릭스와 세계화 / 강정수

등록 2016-01-27 18:41

주문형 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을 비롯해 130개 국가에 추가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과 시리아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다면 세계 어디서나 넷플릭스 이용이 가능하다. 한국 이용자가 일본, 이탈리아, 타이 등을 방문할 때도 해당 지역 방송이 아닌 나만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2015년 기준 7500만 이용자를 확보한 넷플릭스의 대표 헤이스팅스는 10년 안에 전세계 시청자에게 동일한 영상 카탈로그를 제공하는 것을 기업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두 가지 전술을 따르고 있다. 첫째는 모든 영상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확보다. 둘째는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하는 영상 비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2015년 총 450시간의 영상이 넷플릭스에 의해 생산되었고, 이는 2016년 600시간으로 확대된다. 넷플릭스가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에 5천만달러를 투자하는 것도 이 600시간의 일부다. 넷플릭스가 꿈꾸는 목표가 실현된다면, 이는 전통 방송사업자에게 거대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인류는 새로운 세계화 국면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인터넷 기술이 파죽지세로 전통 미디어를 몰아붙이고 있어도 티브이는 안방과 거실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은 넷플릭스가 탄생한 미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주류 미디어다. 특히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회에서 티브이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티브이를 시청하는 것이 전세계적 현상이라 할지라도 방송 콘텐츠는 강한 지역성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할리우드 영화, 미국 티브이 쇼, 올림픽 및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 이벤트가 세계 시민의 눈을 사로잡아도, 나라별 방송시장은 해당 국가 방송사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여기에 다양한 규제, 저작권법 그리고 기술 제약 등으로 인해 특정 국가의 방송사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다 넷플릭스가 이 모든 방송시장의 법칙을 뒤바꾸고 있다. 넷플릭스 대표는 전통 방송시장을 파괴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고 여러차례 강조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정확하게 그 일을 하고 있다. 수천만 시청자가 자신의 습관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이들은 정해진 방송시간에 티브이 앞에 앉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때에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의 매력은 전세계 시청자를 이른바 ‘세계인’으로 바꾸고 있다. 넷플릭스 프로그램 총책임자 헌트는 “넷플릭스는 도서관이다”라며, 시청자를 단일한 집단으로 생각하는 방송사와 달리 넷플릭스는 시청자를 취향이 서로 다른 수많은 소그룹으로 다룬다고 말한다. 방송사처럼 시청자를 지배하는 일은 없다는 주장이다. 그의 말이 맞다. 넷플릭스는 전세계 시청자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을 프로그램도 제공하겠지만, 아시아·아프리카 등 지역을 고려한 영상도 직접 생산할 것이다. 또는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하위문화를 겨냥한 프로그램 제작도 잊지 않을 것이다.

강정수 ㈔오픈넷 이사
강정수 ㈔오픈넷 이사
넷플릭스의 목표와 계획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때문에 넷플릭스가 국가별 방송 및 영상시장의 경계를 허물고 세계의 다양한 문화 장벽을 무너뜨린다는 목소리는 다소 과장이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성공한다고 가정하면, 2026년 넷플릭스 도서관에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와글와글하는 10억명의 시청자가 모일 것이다. 국가별 방송 및 영상시장은 전례없는 방식으로 재편될 것이며, 단 하나의 사업자 또는 그의 추천 알고리즘이 세계 시청자에 대한 절대적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 넷플릭스를 즐기면서도 근심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강정수 ㈔오픈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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