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자유롭고 자발적인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강제적이거나 타산적인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 원시사회에서 교환과 계약이 선물의 형태로 이뤄졌거니와, 오늘날에도 선물은 집단 간 혹은 집단 내의 통합과 유대를 강화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슬람 사회가 대표적이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으로 이슬람 제2의 경전인 <하디스>는 “선물을 줘라. 선물은 원한을 없앨 것이다”라며 선물이 인간관계의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이슬람 전통에서 선물을 거절하는 것은 무례한 행위다. 무함마드는 “이웃이 (살점이 없는) 양의 발목을 보냈더라도 보낸 선물을 멸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은 선물을 주고, 받고, 답례하는 세 가지 의무를 제시한다. 밴쿠버에서 알래스카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의 인디언 사회에선 겨울 축제 동안 가진 재산을 다 털어 상대방에게 음식과 선물을 제공하는 ‘포틀래치’ 문화가 있다. 참여자들은 주어진 선물을 거절해선 안 될 의무가 있고, 시간이 지난 뒤 이를 갚아야 한다. 그 시간의 길이만큼 신뢰와 유대가 형성된다는 개념이다. 선물 주기를 거부하거나 받기를 거절하는 것은 우호적 관계, 영적 결연과 교제를 거부하는 것이 된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생일선물로 난을 보냈다가 세 차례나 거절당해 되돌아온 일이 화제다. 청와대는 오후 늦게야 선물을 받았지만, 애초의 사양이 청와대 설명대로 정무수석의 독단적 결정인지는 의문이다. 중국 사람들처럼 예의상 세 차례 거절한 것도 아니다. 미운 사람의 상가에는 조화를 보내지 않은 일도 이전에 있었으니, 감정이 실린 것으로 의심된다. 신뢰와 유대 대신 모욕과 원한으로 선물을 되돌린 셈이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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