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경제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출범 12년 만에 전격 폐쇄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총선이 다가왔음을 직감한다. 안보 이슈는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놓일 때마다 지지율 반전을 이끈 핵심 동력이었다. 작년 임기 중후반에 접어들 때 사회경제적 위기에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급전직하한 지지율을 끌어올린 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초강경 대응이었다. 대외 갈등으로 국내 갈등을 틀어막는 전통적 전략이 먹힌 셈이다. 하지만 지지율 관리를 넘어 선거에까지 안보 이슈를 활용할 때는 역효과도 있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천안함 사태가 그렇다. 이번 총선에서는 어떻게 될까?
보수정부가 안보 이슈를 위기 탈출용이자 국내 선거용으로 호출하는 데는 꽤 근거가 있다. 첫째, 유권자 지형에서 ‘안보 이슈의 보수화’ 경향이 두드러진다. 10여년 전만 해도 진보는 물론 중도, 합리적 보수까지 대북 화해협력 노선에 대한 지지가 견고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이 컨센서스는 깨졌고, 화해협력보다 상호주의에 대한 지지가 급증했다. 그런데 이때는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등에 대한 반발로 복지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급증하는 등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는 진보 지향이 부상한 시기이기도 하다. 보수정부의 입장에서는 사회경제적 진보화에 맞서는 방어막으로 ‘안보 이슈의 보수화’를 활용해온 셈이다.
둘째, 정부 여당의 지지 블록 중 가장 결집력이 강하고 충성도 높은 층이 안보보수층이다. 이 ‘묻지마 지지층’을 중핵으로 약 40%에 이르는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안보불안을 느끼는 중도층 일부를 끌어오면 총선에서는 압승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야권의 분열 등 총체적 위기로 인한 대안 부재 상황에서 진보개혁 성향층의 기권 가능성이 제법 된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보수층이 제대로 결집만 할 경우 압승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셋째, 사회경제적 불안에 대한 박근혜 정부식 대처 방법은 불안을 불안으로 틀어막는 것이다. 즉 민생불안을 안보불안으로 틀어막는 ‘불안의 정치’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그 결과 정치적 의제 부각과 여론 형성에서 매우 중요한 설 명절에 선거와 정치는 화제에서 사라졌다. 역시 선거의 여왕답다.
이번 선거만 보면 안보 이슈는 여전히 강력해 보인다. 그런데 이 전략이 언제까지 먹혀들까? 언제까지 안보불안으로 민생불안을 억누를 수 있을까? 진보적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작년 10월 발표한 유권자 지형 조사에 따르면 안보를 지상과제로 여기는 반공보수층은 사실 전체 유권자의 10% 이하에 불과하다. 대체로 60대 이상 고연령층이자 박정희 향수층이다. 보수를 묶는 중심 가치로서 안보의 역할은 약화되고 경제적, 사회적 이해와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다. 게다가 경제적 이해를 중시하는 신보수층 등 보수층 내의 다양한 분화를 고려할 때 안보 이슈의 효과는 추세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안보 이슈를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보수정부에 양날의 칼이다.
출구 없는 긴장상황이 지속되면 보수정부가 안보에서조차 ‘무능’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게 된다. 특히 안보불안이 경제불안으로 전이되고 가속화될 경우엔 견고하다고 여겨졌던 보수층 내부의 균열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불안을 불안으로 덮는 전략의 부메랑 효과다. 온 세상을 불안하게 만들어놓으면 결국 정권도 불안해지는 법이다. 자기네만 쏙 빠질 수는 없다. 이렇게 오래는 못 간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 hgy4215@hani.co.kr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