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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나쁜 노조 / 박점규

등록 2016-02-15 19:58수정 2016-02-15 21:58

지난달 27일 한국공항공사 노조 간부들이 김석기 경주시 새누리당 예비후보를 찾아가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이지만 새누리당 공천을 꼭 받기를 바란다”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종엽 노조위원장은 “경찰 출신이라 우리도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진정성 있고 일을 열심히 했고 특히 소통을 잘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대구경북건설기계 경주지회 간부들도 김 후보를 만나 “경주 건설경기에 큰 바람을 일으킬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김 후보는 7년 전 용산참사 당시 진압 책임자인 서울경찰청장이었고,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지냈다. 그는 “두 번에 걸친 민주노총 산하 노조에 계신 분들의 방문이라 의미가 더 깊다”며 반겼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김석기의 손끝에서 진압작전이 시작된 후 지옥 같았던 7년이 주마등같이 펼쳐졌다”며 분개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노조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구경북본부는 “민주노조운동의 정의와 연대를 저버린 것에 대해 반성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공공운수노조는 “잘못된 행동을 한 당사자에 대해 조사와 징계 등의 조치를 단호하고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 노조위원장의 말은 사실일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go.kr)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 노동자 셋 중 두 명(66.7%)은 비정규직이다. 보안검색요원을 비롯해 국내선 공항에서 만나는 대부분이 하청직원이다. 김석기가 근무한 2년 동안 비정규직이 400명이나 늘었다. 정규직이 된 비정규직은 한 명도 없다. 김석기가 정규직 노조 간부들과 소통을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3500명이 넘는 비정규직을 위해 한 일은 찾아볼 수가 없다. 게다가 2006년 대구경찰청장 재임 시절 건설노동자들을 ‘공갈협박범’으로 몰아 33명을 구속시킨 그가, 경주지역 노동자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노조만 있는 건 아니다. 경남 창원에 있는 효성중공업을 방문한 적이 있다. 송전탑에 사용하는 76만5000볼트 극초고압 변압기를 한전에 납품하는 회사다. 현장을 안내한 노조 간부는 송전탑 건설에 맞서 싸우는 밀양 할머니들께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한 독일과는 반대로, 원전을 더 짓고 있는 박근혜 정부 ‘덕분’에 기업은 돈을 벌고 노동자들은 밥벌이를 한다. 하지만 노조는 원전의 위험성을 홍보하고 ‘희망버스’를 타고 밀양 주민들과 연대했다. 국민 세금 22조원을 4대강 사업에 날린 이명박 정부 ‘덕’에 대형트럭이 잘 팔린 타타대우상용차 지회도 4대강 사업이 얼마나 환경을 파괴하는지 조합원들에게 알렸다. 2007년 6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앞두고 현대·기아차가 포함된 금속노조는 “굴러온 밥상을 걷어찬다”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공격에도 농민과 연대하는 파업을 했다. 2008년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에 연대파업을 벌였다. 자신의 생계를 넘어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민주노조의 정신에 충실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
물론 노동조합은 봉사단체가 아니라 조합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익집단이다. 월급을 올리고 고용을 지키기 위해 교섭과 투쟁을 하고, 정치와 로비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의 편에 서서 거짓을 말하고, 없는 사람들 눈물을 쏟게 해서야 되겠는가? 청년들을 평생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노동개악에 맞서 싸우지는 못할망정, 망루에 올라 ‘살려 달라’는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학살의 책임자를 두둔하는 노조. 그들에게 ‘정의로운 노조’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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