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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행복하고 싶다

등록 2016-02-15 20:03수정 2016-02-15 22:00

동네 피트니스 센터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던 친구가 고백을 했다. 이 샐러드보다 실은 피자가 더 먹고 싶다고. 달콤한 케이크도 실컷 먹고 싶다고. 살이 찔까봐 애써 참는데, 너무 열심히 참다 보니 무얼 위해 이러나 싶어진다고. 하지만 살을 빼서 조금이나마 자신감을 느끼는 게 행복이라 참아야 한다고. 친구의 지난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한때는 넌덜머리를 내며 밥벌이에만 열중했고, 한때는 공부에 열중했다. 한때는 음악을 통해 행복감을 느껴보겠다고, 우쿨렐레 교실과 통기타 교실을 한참 동안 다녔다. ‘내가 행복해지려면 무엇을 해야 하지?’ 하는 질문에 열정적인 대답을 해가며 실천을 감행해온 부지런한 친구였다. 친구의 먼 미래를 생각해보았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도 행복하기 위해 무언가를 가장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살 것 같았다. 그러느라 참을 거고 이를 악물 거다. 행복하기 위해서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하면서. 곧 도래할 행복을 위해 조금만 더 참자고 자신을 다독이면서. 게으르게 사는 나로서는, 친구의 참을성 앞에서 아무래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행복하기 위해서 무엇을 이토록 열심히 해야 하나. 하고 싶은 다른 걸 참아가면서까지 그래야 하나.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어떨까. 우선 시간을 벌 것이다.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생길 것이다. 내게 행복은 이런 소소한 것이다. 이런 말들을 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좋아 보인다고만 말해주었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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