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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가슴 뛰는 기본소득 / 강정수

등록 2016-02-24 19:11수정 2016-02-24 19:30

조건 없는 기본소득 논의가 가슴을 뛰게 한다. 최근 접한 사회, 경제, 정치 이슈들 중 내겐 가장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본소득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믿음에 기인한 것은 아니다. 핀란드 정부의 기본소득 도입이, 스위스의 기본소득 국민투표가, 세계적 명성을 가진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와이 콤비네이터의 기본소득 실험이 성공하기를 단지 희망할 뿐이다. 오래전부터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했던 일부 진보진영,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의 기술자본, 복잡한 복지제도의 간소화를 요구하는 유럽 중도 자유주의 진영 등 일부 세력에게 기본소득 논의는 봄날을 맞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가의 정치권에서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의제가 아니다. 고정 수입이 없는 사람 모두가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에서 매월 일정한 금액을 조건 없이 받는 제도는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에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나뉘는 데에는 전통적인 정치 및 경제 이데올로기가 작은 역할을 하고 있다. 찬반을 가르는 또 다른 이유는 미래 사회의 가능성과 위험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인류는 자동화 물결의 새로운 시작을 목격하고 있다. 자동화는 단순 반복의 육체노동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을 뿐 아니라 회계, 금융 및 주식 거래, 약 조제, 보도, 법률 업무 등 지식노동 영역에서 인간을 로봇과 알고리즘으로 대체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일자리도 탄생하고 있다. 오늘날 대다수 직업이 150년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150년 뒤인 2166년에 오늘날의 직업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눈부신 기술 발전의 속도는 2166년을 10년 뒤인 2026년으로 앞당길 수 있다. 문제는 현재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는 과도기에 발생할 대량 실업이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현실화된다면 수십만명, 아니 수백만명의 일자리가 이 땅에서 사라질 것이다. 작지 않은 수의 다른 업종과 직업 또한 유사한 운명을 피할 수 없다. 현재 초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직업과 연관된 장래 희망을 일찍이 접어야 할지 모른다. 2026년 일자리는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요구한다. 그렇다고 이 기술과 지식을 한두달 만에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염려와 공포 그리고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끔찍한 압박에 노출된다. 염려는 때론 삶의 동기가 되지만, 많은 이들을 좌파 포퓰리즘, 우익 파시즘과 극단주의 등에 빠져들게 하는 무서운 자양분이다.

강정수 ㈔오픈넷 이사
강정수 ㈔오픈넷 이사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거나 변화하는 과도기에 치러야 하는 사회비용은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 가져올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기본소득은 임박한 자동화 물결에 대한 사회보험이자, 자식세대에 대한 지원이다. 또한 전통적인 직업을 뛰어넘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기회와 자유에 대한 디딤목이다. 오늘날의 사회 및 정부 시스템은 근대 산업화 시대 및 임노동 중심 사회에 최적화되어 있다. 우리는 이를 뒤로하고 연결과 자동화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임노동 사회를 업그레이드시킬 매력적인 수단이다. 경제와 삶의 법칙이 바뀌고 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회 정책의 조정이 절실하다. 기본소득이 결국 실패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 모두의 평화로운 공존을 꿈꾸는 인류의 열정은 다른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 믿음이 가슴을 뛰게 한다.

강정수 ㈔오픈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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