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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그러므로 ‘사람 중심’ 경제다 / 이상호

등록 2016-02-28 18:25수정 2016-02-28 19:57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새로운 성장론이 유행이다. 새누리당은 ‘일자리 중심’ 성장론,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 성장론, 국민의당은 ‘공정’ 성장론을 내세우고 있다. 경제성장론의 백가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새로운 성장론들이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수출, 대기업, 부채에 의존하는 기존의 경제패러다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급 위주 경제학의 패러다임에 근거한 성장전략은 결국 신자유주의적 규제철폐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의 경제정책은 성장은커녕, 불평등의 강화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수출과 부채에 의존하는 경제성장론이 현재 우리 사회가 봉착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은 이미 상식이 되었다.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몇 년 전부터 국제노동기구(ILO)의 임금주도성장론을 한국의 현실에 맞게 변형시킨 소득주도성장론이 대안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낙수효과의 실효성이 의심되면서 성장을 통한 분배라는 주류경제학의 ‘철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이제 국민경제가 수출 대기업의 성과와 가계부채의 누적에 기대어서는 안 된다. 내수를 활성화하고 총수요를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가처분소득의 증대를 추동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수요창출의 원천이 되는 소득을 매개하는 일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내수 진작과 총수요 증대를 위해서 그냥 돈을 뿌릴 수는 없다. 경기침체기 재정투입이 단기 처방으로 일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 경기선순환을 보장하지 않는 원리와 같다. 또한 고용의 양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도 개선해야 한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내포하는 저질의 일자리의 증대는 오히려 경기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소득주도성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나누는 동시에,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득과 일자리의 불평등한 구조를 재생산하는 불공정한 산업관계를 혁신해야 한다. 경제성장의 열매가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있는 파이가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명목소득의 불평등을 당장 해소할 수 없다면 가처분소득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조세제도의 누진원칙이 강화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을 전부 정규직으로 바꿀 수 없다면, 고용형태별 차별과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 연대소득정책이 요구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으면서 불평등한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사회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경제공약들이 총선과 맞물려 쏟아지고 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새로운 성장론에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많은데, ‘누구를’ 위한 성장론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는 경우는 찾기가 쉽지 않다.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공정한’ 산업관계를 조성하고 ‘더불어’ 성장을 추진하여 ‘일자리 중심’의 경제구조를 만드는 목적이 무엇인가? 모든 경제정책의 목표는 바로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있다. 결국 새로운 성장론의 궁극적 목표는 바로 사람 중심의 경제에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연구개발, 신성장동력, 혁신과 공유 등 새로운 성장론의 핵심모듈은 국민행복을 지향할 때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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