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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화정(火井) / 최우성

등록 2016-02-29 19:07수정 2016-02-29 19:33

중국 노동자들이 미국 땅으로 본격 이주한 것은 19세기 중반께다. 광저우 항을 떠난 화물선에 짐짝처럼 실려 태평양을 건넌 이주노동자 무리는 1849년부터 시작된 미국 골드러시 열풍 때 캘리포니아 금광 개발에 투입됐다. 몇 년 뒤 열풍이 잦아들자 이들은 하루아침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 이때 운명처럼 이들을 빨아들인 곳이 바로 미국의 동서를 잇는 대륙횡단철도 건설 현장이다. 1863년 시작된 공사에서 가장 힘든 구간으로 꼽히던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2000미터 높이 화강암 절벽에 매달려 맨몸으로 길을 낸 게 이들이었다. 하지만 중국 이주노동자들이 미국 경제사에 남긴 자취는 또 있다. 1860년대 이후 열풍처럼 번진 유전 개발이 그랬다.

중국에선 아주 오래전부터 지하수에서 소금을 채취하는 독특한 기술이 전해져 내려왔다. 땅속 깊이 파들어가면 소금기 있는 염수층이 있었는데, 본디 염수층 아래엔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기 마련이다. 이처럼 석유가 나오는 우물을 중국에선 예부터 ‘화정’(火井)이라 불렀다. 생존에 필요한 소금을 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뜻밖의 수확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미국에서 석유 개발 열풍이 불면서 전통 기술을 보유한 중국 이주노동자들은 한순간에 귀한 몸이 됐다. 석유 개발업자들은 석유가 묻혀 있을 만한 지역을 찾아내기 위해 중국 노동자들을 적극 활용했다. 이들이야말로 미국 석유 개척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또 다른 주인공이다.

보잘것없는 푼돈을 받고 미국에 석유 탐사 기술을 전해준 이주노동자의 후예들은 이제 21세기 세계 석유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큰손이 됐디.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 자리에 당당히 올라섰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세계 경제가 울고 웃는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불러온 저유가의 파장은 아직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들다.

최우성 논설위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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