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에 서툰 사람이 물속에서 떴다 잠기기를 반복하면 끝내 가라앉는다. 그런데 멀리서 보면 살려 달라는 신호인지 자맥질인지 잘 구별이 안 된다. 그래서 정확한 관측이 중요하다.
경제 상황을 관측할 때도 마찬가지다. 헤엄을 칠 수 없을 정도로 기초체력이 소진돼 제자리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은 빨리 구조해야 하는 것처럼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빨려 들어갈 조짐을 보이면 부양 조처를 강구해야 한다. 그다음에 꾸준히 기초체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고 경제학 교과서는 말한다.
하지만 경제는 생물과 같아서 교과서대로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다.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가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기조를 뜻하는 ‘아베노믹스’가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도 신뢰의 위기 탓이다. 아베노믹스의 요체는, 돈을 무한대로 풀어 성장률과 물가 수준을 끌어올릴 테니 기업은 투자를 늘리고 소비자는 지갑을 열라는 것이다. 이런 정책 기조가 한동안 그럭저럭 먹혀드는가 싶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부터 일본 경제가 다시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서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우리를 구제할 능력이 없다’는 인식이 일본 국민들 사이에 확산한 때문이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연말 한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와 고용 확대, 민간소비의 회복 없이 ‘돈 풀기’(통화팽창)로만 지탱되고 있는 경제 상황을 물에 빠져 서툰 자맥질을 하는 사람에 비유했다. 그는 ‘손을 흔드는 게 아닌 익사하고 있는’(Not waving, but drowning)이라는 영국 여성시인 스티비 스미스의 시구를 인용했다. 문득, 박근혜 대통령은 무슨 근거로 우리 경제를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했는지 궁금해진다.
박순빈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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