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서 외교적 승자는 누구일까? 북의 제4차 핵시험 이후 각국은 외교적ㆍ군사적 합종연횡을 하면서 치열하게 자국 이익 관철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한반도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혼돈 속에 놓여 있다. 이런 혼돈 속에서 과연 누가 더 많은 것을 얻고, 누가 더 많은 것을 잃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현재 상황에서 최대 이득을 얻은 나라는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향후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지금보다 한결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세계가 유엔 제재 탓에 대북 무역 및 투자에서 움츠러들 수도 있는 이때, 중국 동북3성 자본은 오히려 대북 투자의 호기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 투자하는 중국 자본의 ‘독점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 나가는 북한 노동자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겠지만, 그들의 임금은 더 열악해질 수도 있겠다 싶다. 중국 자본이 북핵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초과이윤’을 얻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의 입장에서는 ‘초과이윤’을 얻는 과정이 그대로 ‘미래의 대북 영향력 강화’라는 막강한 외교적 힘을 얻는 과정이 된다. ‘일석이조’를 노릴 줄 아는 투자자인 셈이다.
미국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미국은 북한이 얼마나 ‘문제아’인가를 전세계에 효율적으로 선전하면서, 이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남한 배치’를 밀어붙이는 명분으로 삼고 있다. 사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아직 큰 위험이 아닐 수 있다. 우선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능력이 여전히 논쟁거리다. 더욱이 북한은 인공위성 궤도진입 기술은 확보했지만,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탄도미사일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중국 봉쇄’는 당면한 미국의 군사 목표다. 미국은 북핵 위협이라는 ‘외상장부’를 이용해 대중 봉쇄라는 ‘현물’을 구매하는 영리한 투자자인 셈이다.
북한은 승자라고 보기 어렵다. 북한이 제4차 핵시험과 위성 발사를 결정한 것은 오는 5월로 예정된 제7차 노동당대회를 축제 분위기에서 치르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의 장기적 안정은 경제성장이 지속될 때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북은 ‘핵억지력 개발을 통해 재래식 국방비를 줄이고 그것을 경제개발 쪽에 더 많이 돌리는 방식’, 즉 ‘경제·핵 병진정책’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외국 자본의 투자가 제한되고, 중국 자본의 ‘독점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안정적 경제성장을 이루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막강한 한미 연합 군사력을 북한군의 재래식 무기로는 방어할 가능성이 없는 현 상황에서, 북한은 경제성장에 악영향이 있더라도 핵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평화협정 등 다른 출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북한은 앞으로도 ‘손해 보는 투자’를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외교전에서 가장 많은 것을 잃었다.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미래 대북 영향력’은 제로 상태가 됐고, 사드 배치를 조급하게 공론화하면서 중국과 긴장관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이제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대화와 교류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 모든 손실을 박근혜 정부가 자초했다는 점이다. 눈앞의 선거를 빼놓으면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행동 양태다. ‘장기 우량주’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단타 매매’에만 치중하는 초보 투자자 같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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