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을 침공한 독일군 병사들은 연발사격이 가능한 기관단총으로 무장했다. 1차 세계대전 때 개발된 엠피(MP)-18 모델을 개량한 엠피-40 모델이다. 전쟁이 끝난 뒤 소련 정부는 새로운 개념의 돌격용 자동소총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책임자로는 채 서른도 되지 않은 미하일 티모페예비치 칼라시니코프란 인물이 선정됐다.
1919년 시베리아 알타이에서 태어난 칼라시니코프는 몸이 약해 또래 친구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했고, 홀로 기계를 분해했다 다시 조립하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 전차부대에 징집된 뒤에는 각종 무기 개량 작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런 경력이 그를 소총 개발 프로젝트 책임자로 발탁하게 만든 배경이다. 이렇게 해서 1947년 세상에 선을 보인 게 바로 유명한 에이케이(AK)-47 자동소총이다. 현재까지 모두 1억 정 이상 생산된 대표적인 자동소총 모델이다. 영웅 대접을 받은 그의 이름을 딴 칼라시니코프그룹은 현재 민간용과 군수용을 가리지 않고 여러 종류의 권총과 자동소총 등 러시아 소형 무기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러시아 최대 무기 제조업체다.
러시아 최고 발명품으로 꼽히는 에이케이47 자동소총이 등장한 지 내년이면 꼭 70년이다. 한때 칼라시니코프의 자동소총은 ‘해방과 투쟁의 상징’인 양 비친 적도 있다. 미군의 엠(M)-16 소총과 겨뤄 베트남전쟁을 승리로 이끈 게 계기가 됐다. 하지만 냉전이 끝난 뒤엔 ‘테러와 폭력의 상징’이라는 오명이 따라붙기도 한다. 지구촌 곳곳의 분쟁과 테러 현장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이다. 22일 참혹한 테러가 발생한 벨기에의 브뤼셀 자벤템 국제공항 출국장에서도 폭발하지 않은 자살폭탄 조끼와 함께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이 발견됐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세계 최강의 살인 기계’란 이름을 붙인 바로 그 총이다.
최우성 논설위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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