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Doping)의 사전적인 뜻은 운동선수나 경주마에게 흥분제를 주입하는 것이다. 경기 또는 경주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확실한 비밀정보라는 뜻도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로 다른 사람들을 속이는 것’도 도핑이다. 요즘 테니스, 사이클, 육상 분야의 주요 선수들이 도핑 시비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도핑은 일시적으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줄진 모르나 선수 생명은 물론, 나아가 경기의 존립 기반까지 위협한다. 공정성이 무너진 경기는 언젠가 공멸하는 게 역사의 진리다. 스포츠계의 도핑 테스트는 앞으로 더욱 엄격해져야 할 것이다.
경제에도 도핑 논란이라는 게 있다. 불순한 의도로 화폐가치를 조정하거나 생산·분배 조건을 바꾸는 게 경제적 도핑이다. 197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은 성장과 부의 확장을 인위적으로 떠받들기 위한 도핑정책을 수시로 동원해왔다. 돈을 마구 찍어내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거나 정부·기업·가계의 부채를 무리하게 확장하는 정책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대개 결과는 극소수의 승자와 대다수의 패자를 낳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나타난다.
경제적 도핑이 가지는 위험과 부작용은 반복된 경제위기로 나타난다. 도핑으로만 문제를 미봉하고 미루면 금융위기, 국가의 재정위기, 실물경제의 위기 등으로 형태만 바뀔 뿐 위기는 끊이지 않는다. 도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의 전주곡일 뿐이다. 위기 속에서도 절대적 유리함을 누리는 승자는 정치권력까지 포섭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지키면서 국민주권을 위협한다. 4·13 총선은 정치적 도핑 테스트라고 할 수 있다. 국민주권에 기초해 새판 짜기를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 정치공간이 선거다. 유권자의 권리로 철저히 점검하고 심판을 해야 테스트는 성공한다.
박순빈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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