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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노동이 사라진 총선공약

등록 2016-04-03 19:02수정 2016-04-03 19:46

이번 국회의원 선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정책 경쟁이 실종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를 채 2주도 남겨놓지 않은 현재에도 여전히 여권은 ‘진박 논란’에, 야권은 ‘후보단일화’에 파묻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새누리당이 아무리 ‘뛰어라 국회야’라고 강조한들, 더불어민주당이 ‘문제는 경제야’라고 주장한들 국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아마도 이번 선거에서 정당간 정책 대결을 기대하는 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정책 실종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할 공약이 바로 노동·일자리정책이다. 여야를 포함한 각 정치세력은 물론, 노사정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차이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노동·일자리 공약은 각 정당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공약에는 ‘노동’은 없고 ‘일자리’만 존재한다. 대표적인 공약이 ‘콘텐츠 및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공약집을 어디를 보아도 일자리 지키기와 고용의 질 개선에 대한 공약도 찾을 수 없고, 오직 일자리 만들기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 그나마 ‘미래 일자리 더하기’라는 제목을 가진 청년일자리 공약도 ‘청년희망아카데미 확대’와 ‘실업계고 출신 이공계 대학 재학 시 학자금 지원’ 등 실효성도 없는 공약 2개가 전부이다. ‘노사관계’와 ‘노동기본권’과 관련된 선거공약은 사실상 전무하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은 기존 ‘노동개혁’ 추진과정에서 보여주었듯이 노동문제의 해결을 위한 집단적 노사관계의 개혁, 더 나아가 사회적 대화에 대한 개선의 의지가 전혀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나마 야당들의 공약은 분야별로 가치성, 구체성과 적실성을 담보하려고 노력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노동·일자리 공약이 한국 사회의 현안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시대적 요구와 사회적 필요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노사관계 및 노동기본권 분야에서 실효성 있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친’노동적 공약을 제출하고 있지만, 당의 정체성과 정책활동으로 볼 때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의당, 녹색당과 노동당 등 소위 말하는 ‘진보 3당’의 경우 노동·일자리 공약이 상대적으로 더 진보적이고 체계적이긴 하지만,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역량과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해서 확신하기가 힘들다. 단계별 추진계획이나 재원 확보 방안과 관련하여 볼 때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담보하기에는 객관적인 제약조건이 너무 강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마도 진정성이 있느냐의 문제일 거다. 우리는 이번 20대 총선에서 각 정당들이 노동·일자리 공약을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루는 것은 물론, 정책 경쟁을 위한 활동조차 제대로 벌이고 있지 않은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각 정당들에 선거공약은 단지 포장에 불과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우리에게 한국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노동·일자리정책에 대한 정당들의 공약(公約)이 그냥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문제는 정치다’라는 사실을 다시금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lshberlin06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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