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민생 정치 / 박순빈

등록 2016-04-19 19:13수정 2016-04-19 19:13

박근혜 대통령이 총선 결과를 놓고 “국민의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서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겠다”고 밝혔다. 1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말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같은 날 “민생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하지만 왠지 공허하게 들린다.

민생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다. 국민 생명과 재산의 안전이 민생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볼 때 민생 증진과 정치 발전의 상관관계는 미약하다. 좋은 정치가 민생 증진의 필요조건이 될지언정 충분조건까지 채워준 경우는 드물다. 대다수 경제학자는 정치 논리가 경제에 작용하는 것을 반대한다. 정치가 경제를 왜곡시키고, 다수 국민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다며 제도 정치권에 저주를 퍼붓는 학자들도 있다. 소스타인 베블런 같은 공공선택학파 경제학자들은 정치를 하나의 이권 사업으로 본다.

선출직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지나면 다수의 ‘위대한 유권자들’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평소엔 돈과 시간이 충분한 소수 이익집단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렇게 해서 소수의 이익에 부응하는, 그래서 다수 국민의 생활에는 나쁜 영향을 끼치는 법과 제도가 관철된다. 민생의 이름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결탁이 이뤄지는 것이다. 정치 논리가 경제 영역을 지배하면 문제가 되는 것처럼 경제 논리가 정치 영역에 너무 많이 스며들면 곤란하다. 우리 정치사에선, ‘민생 최우선’의 구호가 난무할 때 오히려 민생은 악화하고 민주주의가 후퇴한 경험이 많다. 민생 정치의 역설이다. 미국 연방대법관(1916~1939년)을 지낸 루이스 브랜다이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는 소수에게 부를 집중시킬 수도 있고, 민주주의를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누릴 수는 없다.”

박순빈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sbpar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