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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황병기의 ‘미궁’ / 손준현

등록 2016-04-20 21:52

가야금 명인 황병기(80) 작곡의 <미궁>에는 악보가 없다. 18분간 연주하는 이 곡은 인간의 원초성을 탐구한 아방가르드 음악이다. 황병기는 전위예술가들과 두루 교류했다. <미궁>에서 가야금은 사람 목소리를 흉내 낸다. 가끔 첼로 활을 사용한다. 모두 7장 중 1장에서 활을 줄에 튕기는 부분이 있는데, 마치 사람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과 비슷하다. 황병기는 이를 “우주 깊은 곳에서 영혼을 끌어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2장에선 ‘울고 울부짖는’ 것처럼 들린다. 황병기는 “원래 웃음 안에는 슬픔이 담겨있고 우는 소리 안에는 웃음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3장에선 사람 신음 소리를 반주로 가야금 연주자가 장구채를 악기 뒤편에 비벼 긁는 소리를 낸다.(앤드류 킬릭 지음 김희선 옮김 <황병기연구>)

청중의 입장에서는 이런 ‘웃음 반 울음 반의 소리’와 ‘신음 소리’가 몹시 으스스하게 느껴진다. 1975년 서울 명동 국립극장에서 황병기의 가야금과 홍신자의 목소리로 이 곡을 초연했을 때 관객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다고 한다. 2000년대엔 <미궁>을 들으면 죽는다는 괴담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됐다. 2009년 황병기는 누리집(bkhwang.com)을 통해 “죽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공식 해명했다. 그러면서 “중학생 이하의 어린이들은 지금 미궁을 듣지 마시라”고 당부하며 “미궁은 성숙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황병기는 오는 30일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리는 컨템퍼러리 음악축제 ‘롸잇 나우 뮤직 2016’에서 <미궁>을 연주한다. 즉흥음악이라 그가 아니면 연주할 수 없는 곡이다. 팔순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번이 그의 연주로 <미궁>을 들을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가 될 듯하다. 목소리 연주는 작곡가 윤이상의 제자인 소프라노 윤인숙이 맡는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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