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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정의로운’ 구조조정이 가능한가? / 이상호

등록 2016-04-24 19:13수정 2016-04-25 11:32

20대 총선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16년 만의 ‘여소야대’를 만든 주요 요인으로 ‘박근혜 경제 심판론’이 주목받았다. 정책경쟁이 실종된 이번 총선에서 이런 평가가 나온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은 12.5%로 사상최대치를 돌파하였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는 이미 40%를 넘어 1000조, 가계부채도 1200조를 넘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다. ‘공정인사’라는 이름으로 저성과자의 일반해고를 기정사실화하더니, 이제는 ‘기업구조조정’을 명분으로 정리해고의 칼바람을 몰아가고 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예전 같으면 구조조정 ‘반대’라는 성명서를 내야 할 야권에서 ‘조건부’라고 수식어를 붙이고 있지만 구조조정 ‘찬성’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근본적 구조조정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선 우리 경제의 중장기 전망이 별로 밝지 않다”고 말하면서 그 전제조건으로 실업대책을 내세웠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산업생태계의 구조환경적 조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혁신경제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구조조정에 대해서 반대할 전문가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실’ 기업을 정상화하고 ‘좀비’ 사장을 퇴출시키기 위한 기업구조조정에는 동의할 것이다. 대량해고와 같이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채권자와 노사 모두의 공정한 비용분담을 사회협약으로 약속한다면 산업구조조정을 반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방만경영과 기업부실의 일차적인 책임이 최고경영진에게 있다는 원론적 주장을 하진 않겠다. 그러나 정부와 사용자는 항상 기업의 정상화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주장하던 고통 ‘분담’을 어느 순간 노동자의 고통 ‘전담’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어서, 살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해고를 막기 위해 ‘공정한’ 고통 분담을 제기했던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과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사태를 겪고 난 뒤 우리 사회에서 변한 게 과연 무엇인가?

기업부실의 주범이기에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경영인과 사용자는 그 잘난 ‘법적’ 책임만 지면 끝이다. ‘대마불사’의 신화는 여전히 굳건하지만, 방만경영으로 몰락한 회장님의 재산이 환수되거나 그가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정말 오래되었다. 정부와 정치권의 기업 고충처리 ‘팬서비스’는 흘러넘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은 지난 16년 동안 6번 시효기간이 연장되면서 대기업의 온갖 로비를 받아주느라 사실상 ‘누더기’ 법이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에는 재벌 대기업의 임박한 구조조정을 미리 챙겨주기 위해서인지 모르지만 사업구조의 재편을 ‘원샷’으로 통과시키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여야가 합의하에 처리했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 즉 경영상의 사유로 인한 정리해고에 대한 노동자 보호 조치는 여전히 빈껍데기다. 구조조정의 최대 피해자, 즉 정리해고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근로기준법 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와 25조(우선재고용 등)는 2007년 4월11일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 바뀐 게 하나도 없다.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바로 이러한 이유로 국민들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정의로운’ 구조조정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정치권에 반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lshberlin06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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