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는 5월6일 제7차 당대회 이전에 5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인가?
그 가능성을 놓고 많은 이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은 특별할 것 같다. 지난 1월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개성공단 폐쇄 등 ‘자해적 수단’까지 동원해 북한을 응징하고자 했던 이가 바로 박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4개월도 안 돼 다시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라니….
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 2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만약 김정은 정권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미래는 없을 것”이라며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문제는 박 대통령의 이런 경고를 북이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북한의 미래가 없도록’ 만들 박 대통령의 ‘북핵 카드’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 2월10일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하면서 자초한 것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북이 4차 핵실험을 했다는 소식에는 놀라지 않았는데,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밝혔을 때 무척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충격적인 카드였다. 하지만 써서는 안 되는 카드이기도 했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5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응해 쓸 수 있는 자체 카드는 대북 확성기 방송 확대, 대북 삐라 살포 정도다. 효과도 의문이지만, 한반도를 더욱 큰 긴장상황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높은 것들뿐이다. 어쩌면 이런 것들은 북한 정권이 핵무장을 해야 하는 이유를 북한 주민들에게 쉽게 설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가 보유한 그밖의 카드는 ‘국제 공조 강화론’으로 집약된다. 한마디로 미국·중국·러시아에 더 강한 대북제재를 요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엄밀히 따지면 박근혜 정부의 북핵 카드는 될 수 없다. 모든 나라의 북핵 대책은 그 초점이 자국의 이익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이익을 고려해 자국의 북핵 대책을 짜는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
가령 중국의 경우를 보자. 중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종일관 제재와 함께 대화 재개를 강조해오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든 왕이 외교부장이든 언제 어디서나 “유엔 제재안 2270호를 준수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핵개발과 무관한 북한의 민생부문이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전제와 “한·미 두 나라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한반도의 긴장이 격화하지 않도록 하는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이 이렇게 ‘제재와 대화’를 강조하는 것은 이것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런 중국 당국자들의 발언 중 ‘제재 집행’ 의지를 밝힌 부분만 강조하곤 한다.
이런 상태에서 국민들에게는 대북제재 성과가 큰 것으로 인식시키려 하니 스텝만 꼬인다. 중국 닝보 류경식당 종업원 13명의 탈북 사건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대북제재 탓에 북한의 해외 식당 운영이 어려워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삼고자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북한이 연이어 ‘납치공작’이라고 주장하는데도, 변변한 대응도 못하는 옹색한 처지가 돼버렸다.
5차 핵실험 가능성을 흘리는 북한도 불안하지만, 박근혜 정부도 불안하다. 또다시 어떤 자해적 조처를 북핵 대책이라고 들고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 정부의 헛발질 속에 국민들의 핵실험에 대한 스트레스는 높아만 간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