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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대통령의 사과 / 박찬수

등록 2016-05-08 19:15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하인리히 4세에게 카노사의 굴욕을 안겼던 로마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는 ‘교황 무오류설’을 설파했다. 그는 ‘교황은 성령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왕조시대에 황제가 아무리 잘못을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었던 건, 황제는 하늘이 내린다고 봤기 때문이다. 헨리 키신저는 “과거의 위대한 정치가는 스스로를 힘든 사회적 여정의 짐을 진 ‘영웅’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중 정치 시대엔 모든 게 달라졌지만, 어쨌든 이런 흐름이 현대 정치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의 사과를 꺼리게 하는 심리적 배경이 되는 건 분명하다.

역대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횟수를 비교하기란 쉽지 않다. ‘사과’란 문구 대신에 ‘유감’이나 ‘책임을 느낀다’ 등의 표현을 쓴 것도 대국민 사과 범주에 포함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2007년 서울대 이귀혜씨(언론정보학)의 박사학위 논문을 보면,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노태우 대통령은 23차례, 김영삼 대통령 14차례, 김대중 대통령 18차례, 노무현 대통령은 18차례 ‘방어적 발표문’을 발표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18번의 방어적 발표문 중 16차례에서 사과나 분명하게 책임을 인정하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재임 중 십수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인사는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에 매우 인색하다는 평을 듣는다. 4·13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끝내 국정운영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고대 영웅’에 비교하는 심리적 기제가 작용하는 게 아닌 게 싶다. ‘고대 영웅’의 특징 중 하나는 무오류에 대한 자기 확신이다. 현대 정치지도자에게 더 중요한 건, 자기 내면과 대화하는 영웅이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대중적 스타로서의 자질이다.

박찬수 논설위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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