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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인공지능 격차 / 강정수

등록 2016-05-18 21:35

인공지능의 역사에도 두 번의 길고 긴 겨울이 있었다. 1960년대 미국 과학자들의 대다수 인공지능 연구계획은 형편없는 컴퓨터 성능으로 물거품으로 끝났다. 1974년부터 미국 정부의 연구 지원비가 뚝 끊겼다. 1980년대 들어 지식공학 혁신이 인공지능의 봄을 부르는 듯했지만, 실망스러운 연구 결과로 다시 정부 지원금이 삭감됐다. 2005년 <뉴욕 타임스>는 마침내 인공지능의 봄이 돌아오고 있으며, 그 주인공은 기업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의 검색서비스, 아마존의 추천시스템 등의 상용 서비스가 인공지능 연구 성과를 활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대학 연구소의 인공지능 연구 성과가 창업으로 또는 대형 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가교 구실을 하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 뉴스피드 알고리즘,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 아이폰 시리, 자율주행차의 이미지 인식 등 상업 서비스 안에 감춰진 다양한 인공지능 기능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꽃을 피우고 있다. 인공지능의 후견인으로서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기업의 이윤창출 욕구가 이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구글이 인공지능 기술을 검색엔진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2015년 검색광고 매출에 1퍼센트 이상 기여했다고 보도했다. 구글의 2015년 검색광고 매출은 674억달러이고, 그 1퍼센트는 원화로 7850억원이다. 구글에 2015년 인공지능 투자수익은 적어도 7850억원인 셈이다. 아마존은 소비자의 주문 시기를 예상해 주문에 앞서 배달을 시작하는 예측 시스템을 도입하여 넓은 미국과 유럽 땅에서 ‘하루 배송’을 실현하고 있다. 예측 배송 능력을 갖추지 못한 미국과 유럽의 상거래 서비스 기업한테 ‘하루 배송’은 그야말로 재앙이다. 인공지능 격차가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의 근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중국 기업 바이두 이들 4개 기업이 2015년 인공지능 관련 기업을 매입하는 데 쓴 돈이 약 10조원에 달하였고, 이 중 작지 않은 규모가 유럽으로 흘러들었다. 페이스북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파리와 베를린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열었고, 구글은 2015년 독일 국책 인공지능연구소를 통째로 인수했다. 유럽의 인공지능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연봉도 매력적이겠지만 이들 기업이 제공하는 무한에 가까운 데이터는 더욱 값지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기업에 사실상 점령당한 유럽에서 인공지능 과학자를 붙잡아둘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할 기업은 찾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의 인공지능 격차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정부는 ‘지능정보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엘지전자, 에스케이텔레콤, 케이티, 네이버, 현대자동차, 한화생명 등 7개 기업이 각각 30억원씩 공동출자하는 인공지능연구소 설립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서로 다른 시장에서 서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모여 각자 고작 30억원씩 돈을 내서 할 수 있는 공동연구는 무엇일까?

강정수 ㈔오픈넷 이사
강정수 ㈔오픈넷 이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공군은 일본을 공격하기 위해 중간기착지로 태평양 섬들을 활용했다. 땅을 사용하는 대가로 미군은 비행기가 착륙할 때마다 원주민들에게 의복, 음식 등 다양한 선물을 나눠주었다. 전쟁이 끝나고 비행기가 더 이상 찾지 않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원주민들은 야자나무로 비행기와 관제탑을 만들어 그 앞에 절을 하며 선물을 기원했다. 한국 정부의 인공지능 정책이 태평양 원주민과 같은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강정수 ㈔오픈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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