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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대만과 남북한의 ‘중국 딜레마’ / 김보근

등록 2016-05-22 19:46



‘차이잉원 총통의 대만 신정부가 느끼는 ‘중국 딜레마’는 곧 북한의 ‘중국 딜레마’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남한의 딜레마가 될 수도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대만을 방문해 학자들을 만났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 싱크탱크인 ‘신대만국책연구소’(TBT)와 대만 국방대학교 내 전략연구소를 찾아 타이베이를 방문한 것은 새 총통의 취임식을 일주일 앞둔 5월13일이었다. ‘남북한 무기체계 변화가 한반도 냉전 및 분단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하는 동국대 연구팀과 함께한 자리였다.

지난 20일 차이잉원 새 총통이 취임사에서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원칙으로 하지만 표기는 각각 다르게 한다)을 언급하지 않아 중국 쪽에서 강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필자는 대만 싱크탱크 방문 때 이미 그 가능성을 충분히 느꼈다. 민진당 계열 학자들과 만났을 때 그들은 ‘거대한 중국이 작은 대만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강하게 내비쳤다.

13억5천만의 중국과 2400만의 대만은 이미 국력 경쟁을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대만 기업들의 경우 중국에는 적극 투자하면서도, 오히려 자국 내 투자에는 소홀하다. 시장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미 12%를 기록한 대만 청년 실업률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어쩌면 앞으로는 대만 경제 자체가 중국 없이는 존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대만 학자들은 “양안관계의 평화를 유지하는 정책은 계속 펴나가겠지만, 경제는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는 ‘신남향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등 대중국 의존도를 낮춰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화 유지, 경제성장,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성 유지’라는 어려운 고차방정식을 앞에 두고 끙끙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딜레마적 상황이다.

인구 2500만인 북한은 어떨까. 아마도 대만보다 더 깊은 ‘중국 딜레마’에 빠져 있을 것이다. 각종 유엔 제재 등으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는 너무나 높아졌고, 앞으로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2014년에 이미 90%를 넘었다.

더욱이 대만은 중국에 투자하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경제성장을 위해 중국의 투자를 받아야 하는 ‘을’의 입장이다. 그러니 북한 지도부의 위기감도 대만 신정부보다 더 클 것이다. 북한에 중국은 현재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지만, 미래에는 독립성을 좌지우지할 영향력을 지닌 존재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인구 5천만인 남한은 좀 다르다. 인구는 북한이나 대만의 2배이고,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과 자본력도 갖추고 있다. 그렇더라도 ‘중국 딜레마’가 없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거나 심지어 역전되면서 폐업 등 위기에 빠진 업종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징후’이다.

그러나 남북한은 대만과는 다르다. 주된 차이점은 대만과 달리 남북한은 ‘중국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이 경제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그것이다. 인구 7500만의 경제가 되면 중국의 영향력에 그렇게 쉽사리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남북의 지도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남북 지도자 모두 현재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런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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