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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이상한 예의

등록 2016-05-30 21:19

시인에게 강연 요청을 하거나 원고 청탁을 할 때에는 강연료 내지 원고료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 게 예의라는 암묵적 동의라도 있는 것일까. 꽤나 자주 원고료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청탁서를 받는다. 강연을 요청하는 전화통화에서도 강연료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방에서 강연 요청을 받을 때에는 식사며 숙박에 대해서까지 다정하게 안내를 받지만, 강연료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궁금하면 물어보면 되는데, 강연료가 얼마인지 나도 굳이 묻지 않는다. 묻고 싶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왜 입이 안 떨어지는 걸까. 오해받고 싶지 않아서다. 강연료가 얼마인지를 묻는 순간, 강연료를 기준으로 하여 손익계산을 하는 사람으로 비치는 게 싫기 때문이다.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워서 기꺼이 먼 길을 가고 싶어한다는 진짜 이유가 훼손될까 봐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원고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 글을 싣고 싶어하는 지면이 있다는 것에 대한 나의 감사함이 누락될까 봐 두려워서 원고료를 물을 수가 없다. 액수의 크고 작음은 중요하지 않다. 누가, 어디에서, 무슨 이유로 나를 찾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써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내 노동력을 재능기부 혹은 나눔으로 여길지,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는 걸로 여길지에 대한 결정권 정도는 내게 있었으면 싶을 뿐이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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