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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팽목항에 오는 사람 오지 않는 사람

등록 2016-05-30 21:20

강병원 강훈식 금태섭 김병관 김병욱 김영진 김영호 김한정 김현권 문미옥 박경미 박정 박주민 박찬대 소병훈 손혜원 이재정 이훈 정춘숙 제윤경 최운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임기 시작 하루 전인 29일 세월호 참사 현장인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의원의 제안이었다. 29일은 일요일이었다. 그들에게 일요일은 바쁜 날이다. 누가 가는지, 왜 가는지 궁금했다.

국회 본청 앞은 오전 5시40분부터 북적였다. 그때까지는 당선자 신분이었던 의원, 보좌진, 기자, 시민들이 뒤섞여 누가 누군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세균 박병석 의원이 환송 인사를 했다. 6시에 버스 네 대가 국회를 출발했다. 초선 의원 21명이 버스에 탔고 진도 현지에서 강훈식 의원이 합류했다. 더민주 의원 123명 가운데 초선은 57명이다.

팽목항에 도착한 의원들은 분향을 하고 미수습자 가족들과 간담회를 했다. 다윤이 엄마가 “죽고 싶었지만 다윤이를 찾기 위해 살고 있다”며 눈물을 쏟았다. 의원들도 눈물을 흘렸다. 연영진 해양수산부 세월호 인양추진단장이 브리핑을 했다. 7월 말로 예정된 세월호 인양에 대해 의원들은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훈 의원은 “시뮬레이션을 해봤느냐”고 물었다. 연 단장은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의원들은 배 두 척에 나눠 타고 참사 해역을 방문했다. 세월호 인양과 선체정리 용역 예산에 대해 선상토론을 벌였다. 배 안의 마이크 설비를 이용해 동거차도에서 인양 작업을 감시하는 유가족들과 통화도 했다. 의원들은 참사가 망망대해가 아니라 섬에서 겨우 1.5㎞ 떨어진 곳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시각 박주민 표창원 의원은 전남대 자연학습장에서 열린 ‘이이제이’ 토크쇼에 출연했다. 참사 당시 실종자 가족 숙소로 사용됐던 그 장소다. 1박2일 일정으로 시민들과 함께 동거차도를 방문한 정청래 의원, 세월호 유가족 준영이 아빠, 동수 아빠도 함께했다. 준영이 아빠는 “우리와 같이 가는 것은 너무 힘들다. 반 발짝만 뒤에서 따라와 달라”고 부탁했다. 표창원 의원은 “세월호 이제 그만하라는 사람들은 너무 멀리 뒤처진 것이고 반대로 온갖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너무 앞질러 가는 것”이라며 “준영이 아빠 말씀대로 세월호 가족 반 발짝 뒤를 따라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믿음을 잃지 말라”고 위로했다.

토크쇼 중간에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 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잊지 않을게 기억할게’라는 노랫말이 슬픔과 함께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방문단 일행은 오후 6시 전남대 자연학습장 앞에서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이들이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하면서 팽목항을 찾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4·16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결코 잊지 않겠으며 늘 국민들의 아픈 곳을 살피고 흘리는 눈물을 닦아주자는 취지에서입니다.”(소병훈) “엉뚱한 교신으로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고,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선원들의 무책임과 허둥대다 초동대처에 실패한 정부, 정치셈법에 급급했던 국회 등 이 모든 대한민국의 허와 실을 혁신하려는 1인 헌법기관의 첫발은 당연히 이곳이어야 했습니다.”(강훈식)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그렇다. 정치가 무엇일까. 정치는 힘없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는 일이다.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임기를 7개월이나 남기고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언론은 차기 주자 경쟁에서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김무성을 제치고 반기문 총장이 크게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를 보도했다. 반 총장에게 정치란 무엇일까? 혹시 ‘내가 대통령 되는 것’은 아닐까? 그는 30일 “방한 활동은 정치적 행보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다. 그는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 현장을 방문한 적이 없다. 왜 그럴까?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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