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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비밀금고

등록 2016-06-15 17:08수정 2016-06-15 20:34

일요일 출근해 검찰 버스에 오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관들은 ‘실제 상황’인 줄 몰랐다. 전날 수사검사가 새 검찰총장의 ‘비상소집’ 가능성을 귀띔해놓은 터라 대부분 ‘훈련’으로 알았다. 버스가 검찰청사를 한참 벗어난 뒤에야 검사가 압수수색 계획을 알렸다. 보안유지를 위한 조처였다. 행선지는 서울 원효로 현대글로비스 사옥과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2006년 3월26일의 일이다.

수사관들은 글로비스 사옥 9층 사장실로 직행해 문서창고의 서가들을 밀쳐내고 벽을 뜯어냈다. 네댓평짜리 방이 나타났고 그곳엔 목표물인 비밀금고가 있었다. 현대차 비자금 사건 제보자는 “글로비스가 비자금 조성 루트”라며 비밀금고 위치까지 검찰에 털어놨고 결국 수사는 총수 구속으로 이어졌다.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비밀금고 위치를 자세히 묘사했다. 서울 태평로 옛 삼성본관 “27층 재무팀 관재파트 담당 상무의 방 안에 벽으로 위장된 문을 열면 전당포를 연상시키는 철창으로 된 문이 나온다. 열고 들어가면 비밀금고가 있는데 그 안에는 현금이 든 백화점 쇼핑백(개당 1억원), 현금 뭉치 등이 있다. 계열사에서 빼돌린 비자금이 모이는 곳이었다.” 비밀금고는 “15층 등 다른 두 곳에 더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특검 수사에서도 금고는 발견되지 않았다.

2014년 1월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 공판에선 “삼성 관재팀 근무 경험이 있던 임원이 삼성 금고를 참고해 만들었다”는 전 재무팀장의 증언과 함께, 남산사옥 14층 회장실과 재무팀 임원방 사이에 있던 비밀금고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롯데그룹 수사에서도 어김없이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총괄회장 집무실 등에서 비밀금고가 발견됐다.

재벌 수사 때마다 등장하는 비밀금고는 한국형 비리와 후진적 기업경영을 상징하는 듯해 입맛이 쓰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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