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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개성공단, 시간이 많지 않다 / 이수훈

등록 2016-06-27 16:56수정 2016-06-27 19:25

` 개성공단 폐쇄 조처가 내려진 지 이제 넉 달이 넘었다. 황당한 상황 아래 피난 가듯 서둘러 철수해야 했던 입주 기업들은 공장을 제대로 챙길 겨를이 없이 공단을 떠나왔다. 이들은 장마철이 오기 전에 기계 설비 점검과 보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6월 초 방북을 요청했다. 통일부는 부적절하다며 허가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20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비핵화 없는 대화 제의는 국면전환을 위한 기만”일 뿐이라며 당분간 남북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북한이 북핵에 대해 굴복할 때까지 오로지 압박과 제재로 일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국가들을 방문하여 대북 압박 외교의 선봉에 섰고, 윤병세 외교장관도 북한과 우호적인 국가들을 모조리 방문하여 전방위 압박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개성공단이 영구 폐쇄의 기구한 운명을 맞지 말란 법이 없다.

13년 전인 2003년 6월30일 개성공단 기공식이 있었다. 숱한 우여곡절과 남과 북을 아울러 무수한 인사들의 피땀 어린 노력 끝에 이룬 결실이었기에 감격을 넘어 비장감마저 감돈 행사였다. 남과 북의 지도자들은 말할 것 없고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 같은 한국 재계의 전설마저 산파 역할을 했다. 이날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상징”이자 “통일 옥동자”라는 찬사를 들으며 닻을 올렸던 것이다. ‘페리 프로세스’로 익히 알려진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2007년 2월 한파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방문해 “남북 협력의 미래를 보는 듯하다”는 의미심장한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이후 개성공단이 탄탄대로를 걸은 것은 아니지만 그 성과를 바탕으로 해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황해도 해주에 제2의 개성공단을 만들자는 합의도 나올 수 있었다. 해주는 북한 해군의 요충지로 사실상 그들의 안방이나 마찬가지인 지역이다. 시장경제모델에 따른 사실상 남한 주도의 평화통일이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때 이미 북한은 핵실험을 했고 핵폭탄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두 달 북핵문제에 관한 국제학술회의에 발제나 사회를 맡기 위해 미국, 일본, 러시아 등 북핵문제 유관국을 두루 다녔다. 5월 말에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러 대화’에도 참가하였다. 중국 쪽에서 다이빙궈 전 국제담당 국무위원을 위시한 대규모 대표단이 왔고, 러시아 쪽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대표로 기조연설을 했다.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과 공식 토론도 했고, 사적 의견도 나누었다. 그 숱한 전문가들 가운데 이번 대북 제재가 성공하리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이수훈 경남대 교수·정치사회학
이수훈 경남대 교수·정치사회학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1년8개월이나 남았다. 짧지 않은 시간이다. 평소 보여온 집착과 오기로 미루어볼 때 현재의 대북 압박과 제재 기조를 임기 말까지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어쩔 수 없으니 다음 정부를 기약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주위에서 흔히 본다. 하지만 객관적 견지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한 정책으로 일관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에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고 국민의 처지에서는 비극이랄 수밖에 없다. 특히 애꿎은 개성공단이 맞은 운명을 기구하다고 하면서 그냥 둘 수는 없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피땀이 배어 있고 치러야 할 대가가 혹독하다. 더욱 중요하게는 개성공단이 영구 폐쇄되면 교류협력과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정책노선에 치명타가 된다. 재가동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수훈 경남대 교수·정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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