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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상명하복’ 폐지 그 후 / 김이택

등록 2016-07-05 18:06수정 2016-07-05 18:51

검사 동일체 원칙이란 전국의 검사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뜻이다. 공정하고 통일적인 검찰권 행사를 위해 검사들에게 ‘상명하복’을 요구하고, 총장이나 검사장 등 상관이 검사의 직무를 다른 검사에게 이전·승계시킬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그 뿌리는 1890년 제정된 일본의 재판소구성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법 제6조에 상관 명령의 복종 의무와 검사총장 등의 사무 이전·승계권을 명시했다.

그러나 총장이나 간부가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면 검사 동일체 원칙은 오히려 검찰 조직에 족쇄로 작용한다. 일제 이래 유지돼온 상명하복 조항을 2003년 12월 대폭 손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때 검찰청법 제7조 1항의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상명하복 조항을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로 바꾸면서 ‘지휘·감독에 이견이 있는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제2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법만 바뀌었을 뿐 실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 규정은 따로 만들지 않았고 상명하복에 길들여진 조직문화 역시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 윤석열 검사가 검사장 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 체포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실효성 있는 ‘이의제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통일사회당 사건 재심에서 ‘무죄 구형’을 둘러싸고 부장검사와 이견을 빚자 이의를 제기한 뒤 무죄 구형을 강행한 임은정 검사 사례는 그래서 이례적이다.

자살한 서울남부지검 김아무개 검사는 부장검사에게 술 시중과 욕설은 물론 손찌검까지 당했다고 한다. 그런 퇴행적인 검찰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수사에 관한 이의제기조차 가능할 리 없다.

“개인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검사와 “검사는 상사가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임 검사의 말을 다시 새겨볼 일이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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