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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민자철도의 위험 / 박순빈

등록 2016-07-11 19:04수정 2016-07-11 19:09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민간자본의 힘을 절대적으로 신봉했다. 국가와 시장의 구분을 허물어버리고, 공공서비스에 민간자본의 참여를 과감하게 끌어들였다. 대처 정부는 어정쩡한 민영화가 아니라 일시에 전면적으로 시장에 넘기는 정책을 폈다. 단계적 개혁 주장에 대해 대처 총리는 “당나귀에게 페인트칠을 한다고 얼룩말이 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이런 ‘닥치고 민영화’의 표적 가운데 철도도 포함됐다.

영국의 철도 민영화는 선로와 차량, 역사, 구간별 운송사업 등을 따로따로 쪼개어 민간에 매각하거나 운용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경쟁으로 효율성은 높아지고 요금은 낮아질 것이라는 약속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오히려 잦은 사고와 느림보 운행, 설비 노후화 등으로 민영화 이후의 영국 철도는 국제적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철도는 모든 이용자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대표적 공공재이다. 흑자 노선에서 생겨난 운영수익이나 개발이익은 적자 노선을 보조하고 관리보수와 시설 개선, 철도망 확충 등을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전체 시스템의 유기적 연계로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최근 국가재정전략협의회에서 민자철도 활성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임기 내 착공할 14개 철도망 노선 구축에 198천억원의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철도에 시장원리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영국의 민영화와 본질은 다를 바 없다.

시장경제의 흔한 오작동 가운데 ‘구성의 오류’라는 게 있다. 부분적으로는 타당한 듯하지만 전체로는 오류가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사적으로는 이익을 챙길 기회를 주지만 공적으로는 더 큰 해악의 위험을 낳는 것도 구성의 오류 탓이다. 나무만 번드르르하게 키우려다간 숲을 망친다.

박순빈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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