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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우리는 대부분 정상이다 / 김남일

등록 2016-08-23 18:13수정 2016-08-23 19:14

김남일
정치팀 기자

체크해보자.

① 과도하게 자신이 중요하다 느낀다. 성취나 능력을 과장한다. 합당한 성취가 없는데도 특별 대우 받기를 원한다. ② 무제한의 성공과 권력, 명석함, 아름다움, 이상적 사랑이라는 판타지에 빠진다. ③ 나는 특별하기 때문에 아주 높은 지위의 사람이나 기관만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④ 과도한 숭배를 요구한다. ⑤ 특별 자격이 있다고 느낀다. 특별히 호의적 대우 받기를, 자신의 기대에 자동적으로 순응하기를 기대한다. ⑥ 대인관계가 착취적이다.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타인을 이용한다. ⑦ 공감의 결여. 타인의 감정이나 요구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⑧ 다른 사람을 자주 부러워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시기한다 믿는다. ⑨ 오만하다. 거만한 행동과 태도를 보인다.

미국정신의학회(APA)가 펴내는 <정신질환 진단과 통계 편람>(DSM) 제5판(2013)에 나오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판단하는 진단 특징이다. 5가지 이상이면 의심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증상을 다음과 같이 풀어쓴다.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잘난 척에 허세까지 부린다. 내가 한 수고를 다른 이들도 평가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당연히 받아야 할 박수가 없으면 화들짝 놀란다. 나의 성취를 과장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노력은 폄하되기 일쑤다. 숭배와 특권을 끊임없이 생각한다. 특별한 사람들만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변호사, 의사 등 최고의 사람들과만 어울리려 한다. 과도한 숭배를 요구하기 때문에 자기가 도착한 곳에서는 언제나 대대적인 환영 행사를 기대한다. 가끔은 상당한 매력으로 칭찬을 유도하기도 한다. 특권 의식이 강해 대우받지 못하면 분노한다. 자기 걱정은 길게 늘어놓지만 타인의 감정과 욕구는 깨닫지 못한다. 그러니 자기가 한 말 때문에 타인이 입는 상처는 알지 못한다. 반면 비판에는 매우 민감하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남들이 한 비판을 계속 생각한다. 이 때문에 창피와 모욕, 공허감을 느낀다. 무시와 분노로 반응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사람을 만난 이들은 ‘냉담하다’,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고 한다.

단순한 어휘, 그런데도 입만 열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능력, 자기 당 사람들도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억지. 대통령에 대한 정신감정은 쉽지 않다. 그러니 대선 후보로 나설 때 정신감정 서류라도 받았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정인에 대한 대중의 정신의학적 진단 욕구는 윤리적 문제와 직결된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얘기다. 미국에서는 그에 대한 정신감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트럼프가 아홉 가지 기준에 따른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의심된다며 정신감정 의뢰를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에는 23일 현재 3만2천여명이 참여했다.

전세계 정신과 의사들의 바이블이라는 <정신질환 진단과 통계 편람>도 욕을 먹는다. 얼굴 자체가 짜증인데 편람을 넘기면 ‘파탄적 기분조절 곤란장애’가 된다. 휴가 중에도 밀린 서류 보는 열정을 ‘중독’으로 진단하고, 부모 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슬픔을 우울증에 빠뜨려 버린다. 제약회사와 결탁해 어제는 정상이었던 것을 오늘은 비정상으로 바꿔놓는다는 것이다. ‘정상의 비정상화’, 정신과 산업의 ‘적폐’가 편람 곳곳에 스며 있다는 주장이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연예인 걱정병이 잦은 나는, 지난 광복절 구설로 방송 하차한 티파니가 걱정이다. 더 큰 잘못도 넘어가는데 그게 뭐라고.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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