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의 경제 규모와 성장 정도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개념은 미국 상무부의 금세기 최고 업적이다.” 윌리엄 데일리 전 미국 상무부 장관이 1999년 12월 한 시상식에서 한 말이다.
국내총생산을 계산할 수 있는 기반인 국민소득계정(National Account)은 1930년대 초, 당시 미국 상무부에서 일하던 러시아 출신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개발했다. 나라 경제의 실태를 세부적으로 파악하게 해줘 대공황 극복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엔은 1953년 국민총생산(GNP) 추계 방법과 용어를 표준화했다.
지디피 개념에 대해서는 한계도 많이 지적돼왔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08년 2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에게 ‘경제 실적과 사회 진보의 계측을 위한 위원회’ 설립을 요청했다. 위원회가 2009년 9월 보고서를 냈다. 지디피는 성장하는데 왜 사람들의 삶은 어려워지는가를 설명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우리나라에는 (원제는 Mismeasuring Our Lives)란 책으로 나왔다.
우리나라에선 지디피 통계를 작성하는 한국은행의 이주열 총재가 그 문제점을 몇 차례 지적했다.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지디피의 한계는 일찌감치 쿠즈네츠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성장의 양과 질, 비용과 이익, 단기와 장기 이익을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더 높은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무엇을 성장시키려는지, 어떻게 성장시키려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최근 우리나라 지디피 통계에서 주목할 부분은 경제 성장이 ‘건설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우리나라 지디피는 지난해에 견줘 3.0% 성장했는데 건설투자를 빼고 보면 1.89%에 그친다. 2분기에도 3.2% 성장했지만, 10.6% 성장한 건설투자를 제외하고 나머지만 계산하면 1.87%에 머문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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