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기업이 결함 있는 제품을 무상으로 수리하거나 교환해주는 리콜은 ‘양날의 칼’과 같다. 기업에 독이 될 수도, 반대로 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콜의 경제학’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리콜을 하면 큰 비용이 들고 단기적으로 제품과 기업 이미지가 나빠진다. 하지만 대처 방식에 따라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관건은 솔직함과 신속함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일 일부 배터리에서 결함이 발견된 갤럭시노트7에 대해 전면 리콜을 결정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고 그동안 출고된 250만대 전부를 리콜하겠다고 밝혔다. 자나 깨나 24시간 곁에 두고 사는 스마트폰의 배터리에서 화재의 위험성이 발견됐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조처일 수 있다.
그런데도 소비자들과 시장에서 뜻밖에도 긍정적 평가가 많이 나왔다. 배터리 사고가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지 9일 만에 구차한 변명 없이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대책을 신속하게 내놓은 게 주효한 것 같다. 특히 불량률 0.0024%에 250만대 전량 리콜이라는 ‘통 큰 결단’이 떠날 뻔했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붙잡은 것으로 보인다. 대신 삼성전자는 1조~1조5천억원의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11월 배출가스 조작이 드러난 뒤 9개월이 지나도록 이런저런 핑계를 대가며 한국 소비자들의 리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배출가스 조작과 인증서류 위조로 차량 20만9천대의 인증이 취소됐다. 2007년 이후 판매된 30만7천대의 70%에 이른다.
그런데도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리콜 계획서를 환경부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계속 압박을 하고 있지만 ‘배 째라’는 식으로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언제나 리콜이 가능할지 애만 태우고 있다.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이 할 짓이 아니다.
안재승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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