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김재만씨는 2008년부터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한다.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금융노조 파업이 있었던 9월23일, 그는 난생처음 파업을 했다. 정규직은 일하고, 비정규직만 일손을 놓았다. 회사가 대체인력을 투입해 생산이 멈추지는 않았지만, 비정규직도 파업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가슴 벅찬 날이었다. 사실 파업은 매년 있었고, 그는 비정규직으로 파업에 참여했다. 재만씨는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소속이다. 2008년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가 통합했다. 현대차에서는 비정규직 노조 가입이 세 번이나 부결됐다. 기아는 처음으로 ‘1사1노조’를 만든 모범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재만씨는 답답했다. 같은 노조인데 이해가 달랐다. 매년 정규직 월급은 더 많이 올랐고 비정규직과의 격차는 더 커졌다. 무엇보다 정규직화 요구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0년 7월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정규직이라고 판결했고, 2014년 9월 서울중앙지법도 소송을 낸 기아차 비정규직 468명 모두 정규직으로 인정했다. 그런데 노사는 기아차 비정규직 5024명 중 465명만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합의를 했다. 재만씨는 노조 대의원에 당선돼 대의원대회에 참석했다. 정규직 간부들은 비정규직들이 싸우지는 않고 정규직이 되길 바란다고 비난했다. 비정규직 두 명이 옛 국가인권위 광고탑에서 363일 동안 고공농성을 했지만 정규직 노조는 신분보장도 해주지 않았다. 속상했다. 그래서 올해는 꼭 비정규직이 독자 파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9월23일 드디어 파업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규직 노조에서 파업을 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자 업체 관리자들이 노조 공문을 인쇄해 공장 곳곳에 붙였다. 기아차 회사는 홍보물을 내 “(사내하청)분회의 추가 파업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고소고발을 하겠다고 했다. 황당했다. 이날까지 정규직은 14번 파업을 했는데, 비정규직의 2시간 파업에 회사와 정규직 노조가 난리법석을 떠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5천명이 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싸울까 봐 두려운 건 회사만이 아닐까? 재만씨는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실감났다. 바야흐로 파업의 계절이다. 금융노조에 이어 철도와 지하철, 병원 노동자들이 성과연봉제에 반대해 일손을 놓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볼모로 제 몫만 챙기는 기득권 노조”라고 협박한다. 세계적인 경영 자문회사 매킨지가 “성과연봉제가 엉터리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밝히고, 동기부여나 실적 개선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의 보고서가 나와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지엠에서 연봉제를 없앴다는 사실도 관심 밖이다. 대통령은 세계가 쓰다 버린 성과연봉제를 통해 아버지에게 배운 군대의 선착순 얼차려를 일터에 도입하고 싶은 모양이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소위 ‘귀족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한 이유는,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사장 맘대로 월급을 깎고 일터가 줄서기 전쟁터로 변해 노조 없는 회사나 비정규직이 더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재만씨도 공공노조 파업을 지지한다. 그리고 철도노조가 철로에서 손수레를 치우다 고속열차에 치여 숨진 하청노동자들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 <부산행>에서 사회적 약자를 외면한 승객들은 결국 좀비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이윤과 무한 경쟁이라는 좀비에 맞서 정규직이 비정규직과 함께 싸워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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