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에서 전사까지 2년의 세월을 1인칭으로 담았다. 무장으로서의 고뇌와 죽음에 대한 사유를 날카로운 칼의 모습에 오롯이 새겼다. 이어 김훈은 2007년 <현의 노래>를 썼다. 가야금 예인 우륵과 대가야의 멸망을 그린 장편으로, <칼의 노래>와 대구를 이룬다. 우륵에 관한 역사적 기록은 <삼국유사> 32권에 전한다. “가야왕이 음란해 스스로 멸망한 것이지 음악이야 무슨 죄가 있겠는가. 대개 성인이 음악을 만드는 것은 사람의 감정(人情)에 연유하여 법도를 따르도록 한 것이니, 나라의 다스려짐과 어지러움은 음조(音調)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다.”
작가는 역사적 상상력을 더해 조국을 등진 가인(歌人)의 생애를 파란만장하게 ‘줄’ 위에 실었다. <현의 노래> 책 머리에는 그가 칼과 악기를 어떻게 보는지 나타난다. “2003년 1월부터 10월까지 나는 가끔씩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안의 악기박물관을 기웃거리면서 소일하였다. (…) 잠든 악기 앞에서, 그 악기가 통과해온 살육과 유혈의 시대를 생각하는 일은 참담했다. 악기는 홀로 아름다울 수 없고, 그 시대의 고난과 더불어 비로소 아름다울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악기가 아름답고 무기가 추악한 것이 아니다. (…) 3년 전 겨울, 나는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이순신의 칼을 들여다보면서 한 계절을 보냈다. 칼을 들여다보는 일과 악기를 들여다보는 일이 나에게는 같았다.”
김훈이 불러낸 천오백년 전 ‘현의 소리’가 11월10~2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오른다. 이병훈이 연출하고 류형선이 음악을 맡은 창작 국악극 <현의 노래>다. 류형선 작곡가는 칼의 길을 대표하는 대장장이 야로와 악기의 길을 대표하는 우륵을 통해, 처참히 무너져내리는 가야국의 현실을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을 넘나들며 표현할 예정이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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