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론(기원전 638년~558년 추정)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폴리스) 중 하나인 아테네의 정치가이자 입법자, 시인이었다. 솔론이 오늘날까지 이름을 남긴 것은 과감한 ‘개혁’ 정책 덕분이다. 솔론이 죽은 지 600여년 뒤, 플루타르코스(46~120년)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위인 50명의 삶을 기록한 <비교 열전>(국내에선 <영웅전>으로 번역된다)에서 솔론의 이야기를 비교적 자세히 다뤘다.
솔론이 살던 당시 그리스 폴리스들은 참주의 등장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특히 아테네는 농경지와 물 부족으로 경제 기반이 붕괴하고 사회적 분열이 심각했다. 이때 솔론은 귀족과 평민 모두의 신뢰를 받는 독재관으로 선정돼 정치·경제·사법 등 사회 전 분야에 개혁을 추진했다. 솔론의 개혁입법 중 가장 특이한 것은 ‘중립 금지법’이었다. “도시에 내란이 일어났을 때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고 중립을 지킨 사람은 시민권을 박탈한다”는 것이다. 공동체의 위기를 외면하고 개인의 안일만을 꾀하거나, 어느 편이 이기는가를 주시하며 위험을 피하는 사람은 ‘시민’의 권리를 행사할 자격이 없다는 뜻이었다. 솔론은 “가장 잘 다스려지고 있는 폴리스는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이 피해자와 합심해 가해자를 벌하는 곳”이라고도 했다.
솔론의 이런 생각은 그로부터 약 200년 뒤의 철학자 플라톤을 연상케 한다. 플라톤은 기원전 380년께 저서 <폴리테이아>(국가) 중 ‘올바름이란 무엇인가’를 다룬 제1권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의 참여를 강조하며 이렇게 설파한다. “선량한 사람은 돈이나 명예에 아랑곳하지 않고 ‘통치’(rule)하지 않으려 한다 … 통치를 거부한 이들이 치르는 가장 큰 대가는 자신보다 저열한(또는 사악한) 사람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 오늘날 대의민주주의 시대에 더욱 깊은 울림을 주는 통찰이다.
조일준 국제뉴스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