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단디뉴스> 대표 이건 뭐지? 의아스러웠다. 12일 민중총궐기 뒤 첫 발행된 14일치 경남지역 3대 주요 일간지를 살폈다. <경남도민일보>는 1면을 털어 서울에서 열린 100만 촛불집회를, 3면에는 경남 곳곳에서 열린 지역촛불집회를 보도했다. <경남신문>은 1면에 서울집회 사진을 실었다. 진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경남일보>는 아예 서울이건 지역이건 집회 보도 자체가 없었다. 지역신문이 서울에서 열린 집회를 보도하고 말고는 그들의 편집권이라 치자. 문제는 지역에서 열린 집회를 지역신문이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원에 본사를 둔 경남신문은 서울 집회를 사진으로나마 보도하면서 정작 같은 날 창원과 진주에서 열린 집회는 아예 다루지 않았다. 엉뚱하게도 11일 마산 창동에서 열린 집회만 7면에 2단으로 다뤘다. 더 심각한 건 경남일보다. 소재지인 진주 집회 보도조차 없었던 것으로 취급했다. 주류 언론 또는 서울 언론이 지역을 무시하거나 외면해버리는 편향적 보도는 이미 오래된 관행이어서 이번 민중총궐기 보도에도 딱히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신문조차 서울 민중총궐기를 1면에 싣고 정작 자기 지역 집회는 보도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구독자인 지역민으로서 배신감마저 들었다. 절독은 이럴 때 하는 것일 게다. 물론 12일 민중총궐기는 서울에 집중됐다. 경남 진주에서는 이날 아침 8시 30대의 전세버스를 이용해 농민, 노동자, 교사, 시민들이 대거 참석했다. 서울에서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시각, 진주 시내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렸다. 늘 집회에 나오던 ‘꾼’들은 서울로 몰려갔으니 과연 몇 명이 나올까 짐작하기 어려웠다. 집회가 시작될 때 100여명 정도이던 시민들이 금세 300, 400…, 점점 불어나 500여명이 거리를 메웠다.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로 예상한 건 아니었다. 지난 5일과 10일에 이어 세번째 집회였다. ‘내려와라 박근혜, 진주시민촛불행동’ 펼침막이 걸리고 ‘하야하라’가 터져 나왔다. 국정농단 비상시국에 대한 자유발언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너도나도 마이크를 잡고 대중 앞에서 연설했고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또 촛불을 들고 왕복 2㎞ 정도 떨어져 있는 진주시 갑구 국회의원인 ‘친박 박대출’ 사무소까지 행진한 뒤 다시 집회 현장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뒤에도 시민들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앞서 두 차례의 촛불집회를 지켜보거나 참여했던 시민들은 한층 정치의식이 고양돼 있었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행동하고자 했다.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은 할 말이 많았다. 이혁(생활정치 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운영위원)씨는 진주 촛불집회를 준비한 이들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현 시국에 분노한 시민들이 반드시 거리로 나올 거고, 이들이 몇 명이 되더라도 지역에서 광장을 열고 담론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자의 분노와 참여 의지가 다르고, 현실적으로 서울 왕복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시민들도 많았다. 이들에게도 정치적 의사를 외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했다. 서울 집중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시민이 더 먼저이고 더 중심이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그랬다. 이날 촛불은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타올랐다. 대부분 ‘우리 동네에도 판을 벌이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었다. 남쪽 작은 도시 진주에서도 1500여명이 새벽밥 먹고 4시간, 5시간 버스를 타고 몰려간 뒤에도 거리에 500여명이 모여들었다. 가까이 있는 창원에서도 500여명이 촛불을 들었다. 지역 언론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대부분 서울 주류 언론을 흉내 내기에 급급했다. 안차수 경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지역언론엔) 광화문의 50만보다 앞마당의 500명이 더 소중하다”고. 이번 주말에도 진주, 창원, 김해, 거제, 양산에서 촛불집회가 열린다. 지역신문이 어떻게 보도하는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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