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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햄릿, 정조, 노무현 / 손준현

등록 2016-11-29 18:16수정 2016-11-29 19:08

정조(1752~1800)가 11살 때, 생부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혀 비극적 죽음을 맞았다. 정조는 반대세력의 방해공작에도 왕위에 올라 개혁정책과 탕평을 통해 통합을 추진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재위 기간 추진했던 정책은 대부분 폐기됐다. 민중들은 독살설을 퍼뜨리며 그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윤택 작·연출의 연극 <혜경궁 홍씨>를 보면, 정조는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면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게는 원망과 효심을 동시에 품는다.

덴마크 왕자 햄릿도 생부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햄릿의 원래 이야기는 12세기 덴마크의 역사가 그라마티쿠스의 <덴마크사>에 나타난다. 올해 사망 400년을 맞은 셰익스피어(1564~1616)는 이를 바탕으로 <햄릿>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왕이 갑자기 죽자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는 곧 시동생 클로디어스와 재혼하고 클로디어스는 왕이 됐다. 햄릿은 너무 서둔 어머니의 재혼을 한탄하는데, 마침내 선왕의 혼령이 나타나 “동생에 의해 독살됐다”고 말한다.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정조와 햄릿 두 남자는 아버지를 억울하게 잃고 어머니에 대한 깊은 애증을 가졌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동병상련의 정조와 햄릿이 공연을 통해 만난다. 국립무형유산원이 주최하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두 남자 이야기>로, 새달 1일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 무대에 오른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는 어린 정조 이야기는 창작 판소리로 꾸렸다. 또 햄릿이 어머니와 삼촌의 불륜을 의심하는 장면은 처용무로 엮었다.

세종문화회관 옆에 광화문광장이 있다. 광장이 극장이다.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광장은 역사가 극적으로 탄생하는 또 다른 극장이다. 햄릿의 얼굴 위로 정조가 겹친다. 어떤 이들에겐 ‘노무현’의 얼굴도 겹쳐질 것이다. 개혁을 꿈꾼 왕과 시민을 꿈꾼 대통령이라는 유사성이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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