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팀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무기명 투표는 9일 오후에 한다. 사흘 남았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역동적인 대한민국에서 사흘은 긴 시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부결시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11월29일 3차 담화 때 그는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며 새누리당의 ‘4월 퇴진’ 건의를 받아들이는 기자회견을 할 수 있다. 7일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최순실씨를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의 공범들이 출석하는 날이다. 따라서 기자회견은 그 앞뒤가 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호소는 4% 남은 지지자들이 마지막까지 품고 있던 미련을 접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박근혜 대통령의 뇌구조는 자신의 잘못을 결코 인정할 수 없게 설계되어 있다. ‘4월 퇴진, 6월 대선’이라는 새누리당의 당론은 촛불 열기에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9일 아침이면 결국 탄핵소추 찬성을 결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외계인이 아니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가 가결되면 어떤 국면이 펼쳐질까? 첫째,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통째로 걸리게 된다. 촛불집회 장소가 헌법재판소가 있는 북촌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탄핵이 결정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영원히 사라지지만 기각되면 화려하게 복귀한다. 한끗 차이로 천당과 지옥이 갈린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모두의 불행이다. 둘째, 정치는 멈춘다. 각 정당은 차기 대선 준비를 할 수도 없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이상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 국회는 개헌파와 반대파로 두동강 날 것이다.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이 힘을 합쳐 개헌에 나설 것이다. 정권을 넘겨주느니 판을 뒤엎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정계 개편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셋째,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경제와 안보는 엉망이 된다. 사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지만 리더십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탄핵심판에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다. 2004년에는 이렇지 않았다. 당시에는 고건이라는 ‘노련한 대행’이 있었다. 4·15 국회의원 선거 결과로 탄핵은 기각으로 사실상 결정된 상태였다. 암담한 상황을 피할 방법이 있을까?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결심하면 된다. 최선은 지금 즉시 퇴진하는 것이다. ‘60일 이내 대통령 선거’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 국민은 4·19 혁명, 5·16 쿠데타, 10월유신, 10·26 사태, 광주항쟁, 6월항쟁, 3당 합당, 정권교체를 겪었다.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치르며 쌓은 내공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차선도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 직후 물러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있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은 “소추의결서가 송달된 때에는 피소추자의 권한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공직자가 파면으로 인한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해 미리 사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대통령의 경우엔 해석이 갈린다. 다른 공직자들과 마찬가지로 “사임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지만, “피소추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으므로 사임할 수 있고 탄핵심판은 계속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법률적 문제가 아니라 상식적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 탄핵소추 이후 언제든지 박근혜 대통령이 사퇴를 선언하면 바로 그 순간 대통령직은 궐위 상태가 된다. 그때부터 60일 이내에 다음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 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이 버티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잘 알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진정한 애국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 정도 애국심은 남아 있다고 믿는다. shy99@hani.co.kr
연재성한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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