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전 미 하원 외교위 전문위원 지난 10일 대만에선 처음으로 ‘아마 기념관’(Ama Museum) 개관식이 열렸다. ‘아마’는 대만에서 ‘할머니’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다. 이날 행사의 절정은 한국 ‘위안부’ 생존자인 이용수(89) 할머니와 마잉주 대만 전 총통의 재회였다. 이용수 할머니는 16살의 나이에 일본군에 의해 대만으로 끌려가 가미카제 전투기 조종사들이 있는 신주 공군기지 ‘위안소’에 배치됐다. 이 할머니는 마 총통의 집권 기간에 만난 적이 있는데, 두 사람은 이날 옛 친구처럼 서로 끌어안았다. 이 할머니는 어린 소녀로서 당한 끔찍한 경험에도 대만 신주를 한국의 대구에 이어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강제로 상대해야 했던 많은 일본군 조종사들이 자살 특공 임무를 떠나기 전날 마지막 밤을 이 할머니와 함께 보낸 역설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다. 마 전 총통은 ‘위안부’라는 단어는 부적절하므로 인용부호를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와 다른 피해자들이 견뎌야 했던 상황에 대한 올바른 말은 “군대 성노예”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위안부’ 문제는 국제 인권과 여성 권리 문제를 상징하는 것이며, 국제사회뿐 아니라 일본 정부도 그렇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보수적인 아시아 사회에서 여성이 성적인 문제를 언급하는 것, 특히 성적인 학대를 당했을 때 이를 얘기하는 것이 엄격한 금기라는 점에 주목했다. 마 전 총통은 대만이나 다른 국가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반세기가 넘었는데도 피해자들이 나서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1992년 공개적으로 그들이 당한 피해를 용기있게 얘기한 것을 특별히 칭찬했다. 강수화 대만 ‘부녀구원기금회’(부원회) 소장은 대만에서 처음으로 ‘위안부’ 기념관이 문을 연 12월10일이 유엔 인권의 날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해 개관식 날짜를 일부러 선택했다고 밝혔다. 황수링 부원회 이사장은 기념관 개관을 통해 제기하는 문제의 보편성, 무장충돌 시의 여성폭력 등을 강조했다. 황 이사장은 ‘위안부’가 지금의 세계와도 관련있는 연속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부원회 추정으로 대만 위안부 피해자는 “14살에서 30살 사이의 2000명 이상”에 이른다. 이는 대만 토착 여성과 한족을 포함한 수치다. 부원회는 1992년 생존자들이 전화할 수 있는 상담전화를 설치했으며, 58명의 피해자가 확인됐다. 현재까지 생존자는 3명뿐이다. 이날 개관식에는 국제 대표단이 대거 참석했다. 일본 대표단이 가장 큰 규모로 참석했다. 미국 대표단은 2007년 일본군 ‘위안부’ 하원 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의 축하편지를 갖고 오기도 했다. 한국 대표단은 개관식에서 ‘위안부’ 피해자들과 관련해 대만이 일본과 공식적인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 점을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은 지금까지도 이러한 노력들을 거부하고 있다. 또한 한국 대표단은 대만 활동가들에게 지난해 한-일 정부가 체결한 ‘위안부’ 합의는 결점이 너무 많으며 미래의 대만-일본 간 ‘위안부’ 합의의 모델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대만에서 첫 ‘위안부’ 기념관이 개관된 것은, 58명의 피해자가 확인된 이곳에서 부원회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20년간 계속 노력해온 결과물이다. ‘아마 기념관’은 또한 ‘위안부’ 문제가 단순히 한-일 양자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국제적인 문제임을 보여준다. 아울러 현재 중동이나 아프리카, 미얀마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무력충돌 속에서 벌어지는 성적 학대를 고려하면,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는 지금도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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