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대의 샤로트 교수팀이 지난 10월 거짓말과 관련한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했다. 18~65살 남녀 80명에게 거짓말을 하면 보상을 받는 게임을 시키면서 이들의 뇌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관찰했다. 처음 거짓말을 할 때는 편도체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는데 거짓말을 반복할수록 둔해졌다. 편도체는 뇌에서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부위다. 거짓말을 처음 하면 편도체 활동량이 증가해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을 느끼고 거짓말을 더 하는 것을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거짓말을 거듭할수록 편도체 활동량이 감소하면서 무감각해진다. 거짓말을 스스로 막는 제동장치가 기능을 잃는 것이다.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는다’는 속설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는 연구 결과다. 거짓말을 할수록 길어지는 ‘피노키오의 코’와 비슷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적 분노를 사는 이유 중 하나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3차례의 대국민 담화가 모두 그랬다. 번번이 담화 내용이 얼마 안 가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급기야 지난 18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심판 답변서에선 아예 대놓고 거짓말을 늘어놨다. 그중 압권은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청와대에서 정상근무했고 신속하게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나가 현장 지휘를 했다”고 억지를 부린 대목이다. 또 현대차에 압력을 넣어 최순실씨 딸의 친구 아버지 회사에 특혜를 준 혐의에 대해 “재벌 카르텔로 우수 중소기업이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고, 이를 혁파하는 것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아 실행해 온 과정의 일환”이라고 강변한 것도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한번 거짓말을 하면 앞의 거짓말을 합리화하려고 또 거짓말을 꾸며내고 종국엔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 건지 아닌지조차 헷갈리게 된다. 박 대통령의 지금 상태가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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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월4일 청와대에서 2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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