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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처벌 둔감증 / 박순빈

등록 2016-12-27 17:39수정 2016-12-27 19:19

“종신형을 받을 각오가 되어 있다.” 지난 26일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감방 청문회’에서 최순실씨가 내뱉은 말이다. 최씨는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는데 중형을 각오한다니 의아하다. 안민석 의원은 최씨의 모습을 사이코패스의 연기로 해석했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뜻하는 사이코패스는 범죄를 일으키기까지는 잡아내기 어렵다.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있더라도 드러내지 않으면 문제가 될 게 없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람과는 생각이 뚜렷이 달라 우범자로 분류된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연구는 주로 심리학자들이 해오고 있다. 자신의 감정과 고통에는 예민하지만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며, 거짓말과 속임수에 능하다는 것 등이 심리학계에서 정리된 공통 특징이다.

사이코패스는 죄를 지을 때 실패에 따른 위험보다 성공에 따른 보상에 더 민감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의 사회심리학자 케빈 더튼은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라는 책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한 집단은 약한 집단에 비해 금전적 보상에 훨씬 빨리 반응한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반대로 벌을 주는 실험에서는 사이코패스가 둔감하게 반응했다. 그러니까 사이코패스는 쾌락과 욕망의 충족에 너무나 이끌린 나머지 위험과 처벌을 걱정하지 않는 성향이 강한 것이다. 케빈 더튼은 “사이코패스는 타인이나 자기 자신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끝까지 보상을 추구하도록 뇌 회로가 프로그램화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사이코패스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증세여서 치료 약이 없다. 마땅한 사회적 대처 방안도 없다. 양심과 정상적인 생각을 요구하는 것도 ‘쇠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어쩌면 종신형이 유일한 답일 수 있다. 특히 권력과 힘을 가진 사이코패스는 빨리 격리하는 게 상책이다.

박순빈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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