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 사회] 대방어와 부리 / 임범

등록 2017-01-09 18:29수정 2017-01-09 19:21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며칠 전에 단골 일식주점에서 방어회를 맛있게 먹었다. 뱃살은 물론이고 등살도 기름지면서 담백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개인 식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말엔 공감할 거다. 싱싱하고 저렴한 제철음식. 여기서 ‘저렴하다’는 건 중요하다. 저렴하려면 많이 나와야 한다. 많이 나와 많이 팔리면 문화가 된다. 비싸고 귀한 제철음식도 있지만, 그걸 먹는 것과 달리, 소비가 널리 퍼져 문화가 된 제철음식을 먹을 땐 남들과 뭘 나눈다는 축제의 기분이 든다.

겨울 방어회를 이렇게 널리 즐기기 시작한 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요즘은 대다수가 방어와 부시리(히라스)의 차이를 안다. 일본에선 방어가 자라면서 크기에 따라 모자코, 히마치, 부리 등으로 이름이 바뀐다는 것도 많이들 안다. 일본인은 한국인보다 방어를 훨씬 더 좋아한다. 옛 기사를 찾아보니 1967년 7월에 일본 대마도에 방어 양식장을 만들고 한국에서 활방어를 수입하기로 했고, 같은 해 12월 한국에서 일본으로 방어 수출이 급증하는데 일본이 수입할당제를 운영해서 한국 업계가 이것의 완화를 요구했다고 한다. 한국 방어의 일본 수출이 많았고, 일본은 자체적으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방어 양식을 시작했다는 얘기다.

50년 지나 지난해 3월에는 한국에서 일본산 양식 방어를 한국산 방어로 속여 판 업자들을 적발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일본산 양식 방어는 가격이 싸지 않다.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씨에 따르면, 일본 양식 방어는 양식장이 일본 서남부에 있어 원전 피해로부터도 안전한 편이고 양식 기술이 발달해 맛도 좋아 값이 싸지 않지만 한국에서 방어가 달려 값이 뛸 때는 한국 대방어보다 더 쌀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겨울엔 방어가 많이 잡히지 않았다.

몇 해 전 나온 <한일 피시로드>(다케쿠니 도모야스 지음)를 보니, 수산물의 한일 교류가 생각보다 질적 양적으로 컸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명태, 도미, 갈치, 먹장어(꼼장어) 등이 수입되고 한국에서 일본으로 광어, 바지락, 붕장어, 갯장어 등이 수출된다. 방어는 1970년대 들면서 일본에서 양식을 위해 치어(모자코)를 한국에서 수입했다. 한국 남해안에서 6월께 방어 치어를 잡아 가두리에 가두고 한두 달 키우면 일본 활어선이 와서 실어갔다. 이게 왕성해지자 한국의 자원고갈 문제가 생겼고 정부가 1976년에 치어 수출을 막았다. 한국에서도 방어 양식을 시도했지만 기후조건 때문에 아직 대방어 양식을 못하는 대신, 광어 양식은 성공해서 일본에서 소비되는 광어의 4분의 1이 한국산 양식 광어라고 했다.

이 책엔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잇는 부관페리호를 다리 삼아 한국과 일본 도로를 단숨에 내지르는 활어 트럭 운전사들의 이야기가 여러 개 나온다. 홋카이도 수조에서 트럭→배→트럭 타고 속초의 수조까지 오는 활가리비, 비행기 타고 교토로 가는 여수의 갯장어…. “먹장어는 일본 깃발이나 한국 깃발을 세우고 바닷속에서 ‘자신’을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일본산’, ‘한국산’ 따위를 구별하기에 집착하는 존재는 우리 사람들뿐이다. 물고기들 입장에서 보면 어디나 다를 바 없는 그냥 ‘하나의 바다’인 것이다.”

공감 가는 말이다. 그럴수록 먹거리 관리가 중요할 텐데, 먹거리 관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의심 많은 게 병? 갑자기 궁금해졌다. 혹시 며칠 전에 먹은 게 일본산 양식 방어? 주점에 전화해서 물어봤다. 한국산 대방어라고 했다. 지금은 일본산이 비싸면 비쌌지 싸지 않단다. 아직 한국산 대방어 못 드신 분들, 철 지나기 전에 드시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